변산반도 국립공원 고사포 자동차 야영장 명당 예약과 송림
전북 부안군 변산면 441-11. 만약 누군가 대한민국에서 대자연의 일부를 정식으로 하룻밤 임대하고 싶다면, 이 지번을 기억해야 한다. 고사포 야영장은 어쩌면 한국에서 가장 자연적인 형태로 자본주의와 공공의 선이 타협을 본 공간일지도 모른다. 원래 이곳은 수십 년 전부터 거친 바닷바람과 모래의 습격을 막기 위해 소나무를 방패막이로 심어둔 방풍림이었다. 소나무들은 생존을 위해 몸을 비틀며 자라났고, 마을 주민들이 대충 구역을 긋고 현금을 징수하던 무법의 노지 시절을 지나왔다. 그리고 2018년 전면 폐쇄라는 극약 처방을 거친 후, 2019년 지금의 번듯하고 통제된 '국립공원 자동차 야영장'으로 재탄생했다.
 |
| 고사포 야영장 안내도 |
 |
| 고사포 야영장 안내도 확대 |
이곳의 규칙은 엄격하다. 100% 국립공원공단 사전 예약제. 주중 2만 원, 주말 3만 원이라는 꽤 합리적인 요금을 지불하면 당신에게는 정해진 규격의 마사토 바닥과 220V 전기를 쓸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진다. 사람들은 한 달에 두 번 열리는 예약 시스템 앞에서 마치 단타 매매자처럼 모니터를 노려보며 마우스를 클릭한다. 예약 버튼이 활성화되는 0.1초의 차이로 누군가는 숲의 평화를 얻고 누군가는 집구석에서 낙담한다. 겉으로 보기엔 모든 것이 완벽하게 관리되는 휴양지다. 소나무 그늘은 짙고, 샤워장의 기계는 정확하게 500원짜리 동전을 삼키며 온수를 쏟아낸다. 사람들은 완벽한 힐링을 기대하며 배낭을 싼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이것은 거대한 착각일수도 있다.
고사포 야영장 나 구역 오션뷰의 단점
누군가는 캠핑이 대자연 속에서 경계를 허무는 힐링이라고 말한다. 하하하!! 아니다. 완벽한 힐링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대자연은 인간의 안락함에 관심도 없으며, 인간은 본질적으로 타인의 시선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피곤한 동물이다.
특히 고사포 야영장에서 가장 인기가 높다는 해변 앞 '나 구역'을 보라. 사람들은 텐트 지퍼를 열었을 때 바다가 정면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오션뷰의 낭만을 위해 이 구역을 명당이라 부른다.
 |
| 고사포 야영장 나-9 |
 |
| 고사포 야영장 나-10 |
 |
| 고사포 야영장 나-11 |
 |
| 고사포 야영장 나-15 |
 |
| 고사포 야영장 나-12 |
 |
| 고사포 야영장 나-8 |
 |
| 고사포 야영장 나-13 |
하지만 그 낭만의 실체는 동물원 원숭이가 되는 기분도 감수해야한다. 해변과 텐트 사이에는 '변산 마실길'이라는 매우 활성화된 산책로가 있다. 당신이 오후 3시에 캠핑 의자에 기대어 조용히 맥주를 마시거나 라면을 끓이고 있을 때, 형광색 등산복을 입은 수많은 관광객 무리와 1미터 거리에서 정확히 눈이 마주친다.
 |
| 변산 마실길 |
그들은 당신의 아침 메뉴와 텐트의 브랜드를 노골적으로 쳐다보며 지나간다. 얇은 메쉬망 하나를 사이에 둔 채 야영자는 대중에게 전시된다. 프라이버시? 그런 건 국도변 휴게소 화장실에 두고 오는 편이 훨씬 낫다.
게다가 바람이 있다. 서해의 해풍은 무심하고 끈질기다.
바람이 불었다. 텐트 스킨이 비명을 지른다. 위험한 기운이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에는 언제나 미세한 소금기와 칼날 같은 날카로운 기운이 섞여 있다. 대충 박아넣은 강철 펙(Peg)조차 밤새 흙을 파고들며 버티다 맥없이 뽑혀나가곤 한다. 작전시 침투조가 등 뒤를 비워두지 않듯, 오션뷰를 택한 캠퍼는 정면에서 불어오는 바람의 힘을 피할 수 없다. 캠퍼는 0.1밀리미터 두께의 나일론 천 하나에 의지한 채 자연과 맨몸으로 대치해야 한다. 그것이 이른바 '오션뷰 명당'이 요구하는 대가다.
 |
| 고사포 야영장 다-1 |
 |
| 고사포 야영장 다-9 |
 |
| 고사포 야영장 다-11 |
 |
| 고사포 야영장 다-16 |
 |
| 고사포 야영장 다-20 |
부안 가볼만한곳 하섬 바닷길과 물때표
그럼에도 사람들은 왜 이곳에 오는가? 이 불편하고 험한 노숙의 굴레를 알면서도 기꺼이 트렁크에 짐을 쑤셔 넣는 이유는, 아주 가끔 이 변덕스러운 공간이 보여주는 유쾌한 마법 같은 순간들 때문이다. 그중 하나가 바로 야영장 앞 갯벌이다. 푹푹 빠지는 진흙 뻘이 아니라 단단한 모래로 이루어진 고사포의 갯벌은 관대하다.
 |
| 고사포 야영장의 해변은 단단한편이다 |
매월 음력 보름과 그믐 무렵. 달의 인력이 바다를 쥐어짜듯 물을 뒤로 끌어당기면, 정면 바다에 떠 있는 작은 '하섬'까지 약 2km의 바닷길이 쩍 하고 갈라진다. 이른바 모세의 기적이다. 이때가 되면 이성적이고 교양 있던 사람들은 순식간에 원시 수렵 채집인으로 돌변한다. 다이소에서 산 1,000원짜리 호미와 케첩통에 담긴 맛소금을 쥐고, 흡사 캘리포니아 골드러시 시대의 광부들처럼 눈을 반짝이며 모래를 판다.
타원형의 구멍을 발견하고 맛소금을 슬쩍 뿌려둔다. 몇 초의 정적. 이윽고 맛조개가 참지 못하고 쑥 튀어나오는 순간, 우리는 현대 사회의 스트레스를 완벽하게 잊어버린다. 호미 끝에 툭 하고 걸리는 동죽의 감촉은 꽤나 중독성이 있다. 공짜로 얻는 수확물 앞에서 인간의 탐욕은 얼마나 순수하고 귀여운가. 슬리퍼 사이로 차가운 모래알이 파고드는 감각을 느끼며 한 바구니 가득 조개를 줍다 보면, 앞서 느꼈던 프라이버시에 대한 분노나 바람에 대한 공포 따위는 파도와 함께 씻겨 내려간다. 삶의 무거운 짐을 잠시 내려놓기에, 갯벌은 생각보다 훨씬 유쾌하고 훌륭한 놀이터다.
서해 바다 노을과 해안 경계 작전
태양이 하섬 너머로 붉게 녹아내리기 시작하면, 바다는 거대한 캔버스가 된다. 나는 캔맥주를 하나 따서 그 캔의 알루미늄의 촉감을 손끝으로 조용히 느낀다. 술을 파는 회사에서 6년이 넘는 시간을 보냈다. 매일같이 주류 매출 추이를 살피고 프로모션 데이터를 분석하며 숫자의 바다를 헤엄치다 보면, 가끔 나 자신이 거대한 엑셀 시트 안의 복잡한 수식이 되어버린 것만 같은 착각에 빠진다. 그러다 주말 아침, 거실 매트 위에서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아들의 작은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볼 때면 그제야 수식에서 육체를 가진 인간으로 튕겨져 나오는 기분이 든다.
 |
| 석양과 함께 보이는 감시타워가 경계근무를 연상케한다 |
이곳 붉은 서해 바다를 보고 있으면 내 안의 시간들이 겹쳐진다. 칠흑같이 어두운 바다. 파도 소리 사이로 들려오는 미세한 이물음에 신경을 곤두세우며, 차가운 금속 총열을 쓰다듬던 젊은 날의 밤들. 그때의 바다는 경계근무와 함께 선임들과 업무관련 지침을 외우는 극도의 긴장된 나날들이였다.
하지만 20여 년이 흐른 지금, 나는 같은 서해 바다를 바라보며 싸구려 캠핑 의자에 앉아 있다. 내 아이는 모래를 만지작거리고, 나는 바람막이 점퍼를 걸친 채 평범하고 피곤한 40대 가장의 얼굴을 하고 있다. 과거의 나는 이 바다에서 날 선 살기를 읽어냈고, 지금의 나는 이 바다에서 위안을 구한다. 인생이란 이토록 맥락 없고 부질없는 일상의 연속이다. 우리는 모두 시간이라는 사라지는 농담 속에서 조금씩 마모되어 가는 중이다.
고사포 야영장 하우스 체류형 카바나 시설의 진실
나처럼 텐트를 치고 무거운 팩을 망치로 내리치는 육체노동에 염증을 느끼기 시작한 이들을 위해, 국립공원공단은 꽤나 실용적이고 타협적인 대안을 마련해 두었다. 바로 '체류형 하우스'라 불리는 시설이다. 텐트가 없어도 캠핑의 낭만을 낼 수 있다는 달콤한 유혹이다. 하지만 예약을 서두르기 전에 이 숲속의 콘크리트 박스들이 가진 실체를 정확히 분류하고 이해할 필요가 있다.
고사포 1야영장의 하우스(1~10호)는 20㎡ 미만의 다소 비좁은 원룸 형태다. 내부에 에어컨과 냉장고, 인덕션은 훌륭하게 작동하며 한여름에도 문명인의 쾌적함을 보장한다. 하지만 내부에 화장실이 없다. 비가 쏟아지는 한밤중에 화장실 욕구가 느끼면, 당신은 우산을 들고 어두운 송림을 가로질러 공용 화장실까지 비장하게 걸어가야 한다.
 |
| 숲속의 하우스 전경 |
 |
| 하우스2 |
 |
| 하우스1 |
 |
| 하우스1 내부 아기자기하다 |
 |
| 싱크대도 외부에 간소하게 있다 |
 |
| 공용화장실 및 샤워실 |
 |
| 공용샤워실 입구 |
 |
| 식기 세척장에 전자레인지도 있다 |
 |
| 샤워실 내부 |
 |
| 샤워실 |
진정한 돈의 승리와 안락함을 맛보고 싶다면 고사포 2야영장의 하우스 를 노려야한다. 35㎡로 넉넉할 뿐만 아니라, 전용 화장실과 샤워실이 내부에 완벽히 구비되어 있다. 외부와 단절된 숲속의 요새다. 하지만 알아야 할 진실이 있다. 이곳은 모든 서비스가 제공되는 호텔이 아니다. 뽀송한 이불도, 베개도, 라면을 끓일 냄비와 수건 한 장, 심지어 샴푸 한 방울까지 당신의 집에서 바리바리 싸 들고 와야 한다. 결국 무거운 짐을 차에 싣고 내리는 '노동'의 굴레에서는 벗어날 수 없다는 뜻이다.
자연은 누군가의 프라이버시를 지켜주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며, 바닷 바람은 준비 안된자의 타프를 찢을 기회만을 조용히 노리고 있다는걸 기억하자
 |
| 하우스14 |
 |
| 하우스를 멋지게 활용할줄 아시는분 |
 |
| 하우스16 |
 |
| 해변앞의 하우스 |
 |
| 하우스앞의 숲속 풍경 |
개인적인 캠핑장 추천
사람들은 인터넷 검색창에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겠지? '조용하고 프라이버시가 완벽히 보장되며 뷰가 끝내주지만 화장실은 5성급 백화점처럼 깨끗하고 벌레가 없는 캠핑장 추천'.
단언컨대 그런 곳은 한국에 거의 없다고 말해주고 싶다. 만약 존재한다고 느끼는 곳이 있다면, 그것은 자연이 아니라 대자연의 껍데기를 교묘하게 뒤집어쓴 인공 테마파크일 것이다. 우리가 굳이 주말의 늦잠을 포기하고, 고사포의 모래바람을 정면으로 맞으며, 지나가는 타인의 시선에 찰나의 경계감을 느끼면서도 무거운 짐을 이고 지고 이 해변으로 꾸역꾸역 모이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어쩌면 우리는 매일같이 숫자를 다루고 알고리즘에 의해 통제되는, 너무나도 매끄럽고 편리한 현대의 일상에 지쳐버린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스스로 완벽하게 통제할 수 없는 '불편함'과 '우연성'을 돈을 주고서라도 사서 경험하고 싶은 것일거다.
자연은 원래 불친절하다. 바람은 차갑고 변덕스러우며 인간은 그 앞에 나약할 뿐이다. 고사포 야영장의 진정한 맛은 그 아름다운 에메랄드빛 바다나 인스타그램에 올리기 좋은 붉은 낙조에 있지 않다. 서늘한 해풍에 비명처럼 흔들리는 소나무 숲 아래서, 우리가 얼마나 작고 연약하며 피곤한 존재인지를 아주 쾌적하게, 그리고 정확하게 확인하는 일. 그것이야말로 이 매력적인 야영장이 우리에게 건네는 가장 솔직한 메세지다.
 |
| 즐거운 가족 여행 |
바람이 멈추지 않는다. 텐트 스킨이 또다시 운다. 나는 남은 맥주 캔을 비워낸다. 아무렴 어떤가. 내일 아침 물때가 되면, 우리 가족은 또다시 쭈그려 앉아 맛조개를 줍고 있을 텐데 말이다.
이전 글
->[횡성 자연휴양림 숲속의 집 401호에서 느낀 낭만 | 유목적 시선 #08]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