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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라밸의 대가? 유럽 고세금·고물가 속 가처분 소득의 한계 분석 | 사회의 생얼 #01


사회의 생얼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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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라밸의 대가

토요일 저녁 8시. 내 식탁 위에는 마르게리따 피자 한 판과 모둠 초밥, 그리고 불길할 정도로 붉은빛을 띠는 떡볶이가 완벽한 무질서 속에서 공존하고 있다. 이 기괴하고도 다국적인 탄수화물 덩어리들이 내 문 앞까지 당도하는 데 걸린 시간은 정확히 32분이었다.
나는 젓가락으로 광어 초밥을 집어 들며 모니터 속 영상을 응시한다. 스웨덴에 산다는 누군가 담담한 목소리로 유럽 생활의 '환상과 현실'을 해체하고 있었다. 입안에서 밥알이 흩어지는 동시에, 유럽에 대한 막연한 동경도 서서히 부서져 내리는 저녁이다.

환상이라는 이름의 포장지, 그리고 뼈 때리는 진실

영상이 말하는 진실은 명확하다. 우리가 아는 '유럽'이라는 낭만적인 포장지를 벗겨내면, 그 안에는 철저히 톱니바퀴처럼, 하지만 숨이 막힐 정도로 아주 느리게 돌아가는 거대한 관료주의와 자급자족의 생태계가 똬리를 틀고 있다.

-자본주의가 멈춘 배달 앱: 스톡홀름이나 파리에서 배달 앱을 켠다는 것은, 1만 원에 육박하는 배달 팁을 내고 다 식어빠진 케밥을 하염없이 기다리겠다는 우아한 자기 학대다.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이 32분 컷 피자와 초밥의 연합군? 유럽에서는 황제의 식탁에서나 가능한 마법이다.

-예약(Termin)이라는 이름의 종교: 은행 계좌 하나 여는 데 3주, 인터넷을 설치하는 데 한 달. 그곳의 행정은 마치 '인간이 어디까지 분노하지 않고 기다릴 수 있는가'를 실험하는 거대한 인내심 테스트장 같다. 당일 처리가 안 되면 숨넘어가는 한국인에게, 이 끝없는 '예약제'는 여유가 아니라 그저 합법적인 행정적 폭력에 가깝다.

-텅 빈 지갑과 워라밸의 등가교환: 세금 상당부분을 떼이고 살인적인 월세를 내고 나면, 통장에는 소박한 잔고만 남는다. '저녁이 있는 삶'은 주어졌지만, 그 저녁에 돈을 쓸 곳도, 돈을 쓸 여력도 없다. 결국 "돈 없이도 행복하자"는 말은 철학적 깨달음이 아니라, 하향 평준화된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한 고도의 정신 승리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나의 쾌락은 누구의 피로인가

우리는 유럽의 여유를 갈망한다. 하지만 그 여유의 청구서가 '나의 극단적인 불편함'이라는 사실은 교묘하게 외면해왔다.

독일의 일요일 상점 휴무제나 프랑스의 복잡한 서류 작업은 단순히 아날로그적 낭만이 아니다. 그것은 "내 권리가 소중하다면, 남의 권리도 존중해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의 뼈아픈 결과물이다. 소비자로서의 완벽한 쾌락을 포기한 대가로 얻어낸 노동자의 권리. 우리는 과연 그 불편한 진실을 씹어 삼킬 위장이 준비되어 있는가?

내가 누리는 이 미친듯한 편리함이, 사실은 누군가의 피와 땀, 그리고 '저녁 없는 삶'을 갈아 넣어 만든 기형적인 스피드라는 사실을 마주하는 것은 꽤나 서늘한 일이다.

불편함을 감수한 자들의 권력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상을 끄며 나는 아주 약간의 안도감과 동시에 묘한 질투심을 느낀다.

비록 감기에 걸려도 2주 뒤에나 의사를 만날 수 있고, 밤 11시에 치킨을 뜯을 자유는 없지만, 그곳의 사람들은 적어도 '내일 당장 거리에 나앉을지도 모른다'는 생존의 공포에 시달리진 않는다. 내 삶의 속도가 느려진다고 해서 사회가 나를 패배자로 낙인찍지 않는다는 그 거대한 안정감.

그것은 배달비 무료 쿠폰이나 당일 로켓 배송 따위로는 결코 살 수 없는, 제법 묵직하고 근사한 종류의 권력이다. 철저한 불편함을 감수하기로 작정한 사회만이 누릴 수 있는, 지독하게 답답하지만 압도적으로 평온한 세계인 것이다.

"유럽의 '저녁 있는 삶'을 부러워하며, 밤 11시에 총알 배송된 떡볶이를 씹어 삼키는 우리의 식욕은...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슬프고도 완벽한 모순일지도 모른다."

요약

1. 배달? 그거 먹는 건가요?

배달 앱 켜면 30분 만에 벨 울리는 대한민국은 '미친 효율'의 나라다. 유럽? 배달 팁으로 국밥 한 그릇 태우고, 다 식어빠진 케밥 기다리다 사리 나오는 게 그쪽 '갬성'이다. 불편함이 기본값인 동네에서 한국식 속도를 찾는 건 편의점에서 오마카세 찾는 격이다.
SOURCE: KOSTAT 온라인쇼핑동향 & EU GIG ECONOMY REPORT
출처: KOSTAT 온라인쇼핑동향 & EU GIG ECONOMY REPORT

2. 테어민(Termin)이라 쓰고 '배째라'라 읽는다

은행 계좌 하나 파는 데 3주, 인터넷 설치에 한 달. 이게 '시스템'이란다. 한국 같으면 담당자 이미 대국민 사과 박았을 속도인데, 거긴 그게 '여유'란다. 아프면 2주 뒤에 예약하고 오라고? 병이 낫거나 죽거나 둘 중 하나다.
SOURCE: OECD HEALTH STATISTICS (HEALTH AT A GLANCE)
출처: OECD HEALTH STATISTICS (HEALTH AT A GLANCE)

3. 워라밸? 돈 없어서 강변만 걷는 거다

세금상당 부분을 뜯기고 월세로 등골 휘면 '저녁 있는 삶'이 생겨도 쓸 돈이 없다. 결국 "돈 없어도 행복해"라는 건 고도의 정신 승리거나, 아니면 국가가 굶겨 죽이지는 않는다는 최소한의 '사육 선언'이다.
SOURCE: OECD TAX DATABASE & EUROSTAT
출처: OECD TAX DATABASE & EUROSTAT

[총정리]

남의 퇴근을 보장해주기 위해 내 속이 터지는 걸 견딜 자신이 있나? 그게 안 되면 그냥 여기서 30분 만에 오는 떡볶이나 감사히 먹자.

결론: 낭만은 인스타그램 속에만 있고, 현실은 우체통 속에 처박힌 고지서뿐이다.

*본 포스팅은 개인적인 관찰과 주관적인 해석을 바탕으로 작성된 사회 분석 에세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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