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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포해수욕장 캠핑장과 쾌적하게 즐기는 노하우 | 유목적 시선 #07

국제결혼 자녀의 피부색이 결정되는 시기 (feat.다인자 유전자의 비밀) | 담덕 실록 #27

이 시리즈 지향점

담덕 실록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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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인자 유전

국제결혼이라는 인연, 그리고 사랑

누군가 지구 반대편의 다른 유전자를 끌어안고 한 가정을 꾸린다면, 나는 그것이 인류가 가진 가장 오래되고 도전적 형태의 모험이라고 생각한다.

특정 유전자를 보유한 사람의 경우, 고정된 피부색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

약간의 생물학적 정보

우리의 몸을 지배하는 유전학의 세계는 대형 마트의 진열대처럼 규격화되어 있지 않다. 특히 모로코라는 지정학적 교차로에서 빚어진 유전자 풀(Gene pool)은 더욱 그렇다.
아프리카 대륙의 북단, 유럽의 스페인과 마주 보며, 중동의 아랍 문화가 뒤섞인 이 땅의 사람들은 단일한 형질로 묶어낼 수 없는 방대한 유전적 스펙트럼을 체내에 압축해 두고 있다.

어릴 때는 백인처럼 피부가 투명하고 부드러웠다가, 성장하면서 짙은 구릿빛으로 변하는 현상은 마법이나 저주가 아니다.
그것은 다인자 유전(Polygenic inheritance)과 환경적 트리거가 만들어내는 정교한 생물학적 스위치다. 인간의 멜라닌 생성 세포인 멜라노사이트(Melanocyte)는 태어날 때부터 풀가동을 시작하지 않는다.
유아기에는 잠을 자듯 웅크리고 있다가, 성장기에 접어들며 호르몬의 변화와 함께 서서히 기지개를 켠다.
여기에 북아프리카 특유의 강렬한 자외선이라는 환경적 자극이 가해지면, 피부는 방어 기제를 작동시키며 본래 설계도에 숨겨져 있던 짙은 색소를 끌어올린다.

'백인 유전자'가 사라지고 '흑인 유전자'가 새로 돋아난 것이 아니다.
그저 다양한 형질의 코드를 보유한 몸 안에서, 특정 시기와 환경에 맞춰 발현되는 프로그램이 달라진 것뿐이다. 무심하고도 정교한 대자연의 알고리즘이다.

[유전적 배경: 모로코의 지정학적 다양성] 문화와 대륙의 교차로:
아프리카 북단, 유럽(스페인), 중동(아랍)이 맞닿아 있는 지리적 특성. -방대한 유전자 풀(Gene Pool):
특정 인종의 단일한 형질이 아닌, 매우 넓은 스펙트럼의 유전 정보가 복합적으로 압축되어 있음.

[생물학적 원리: 다인자 유전과 세포 활성화] -멜라노사이트의 지연 작동:
멜라닌 색소를 만드는 세포는 유아기에 비활성 상태(밝은 피부 유지)로 있다가, 성장기 호르몬 변화와 함께 본격적으로 가동을 시작함.

보유 유전자의 발현:
기존 유전자가 사라지고 새로운 유전자가 생기는 것이 아니라, 몸속에 이미 내재된 다양한 유전자 코드가 성장 단계에 맞춰 겉으로 드러나는 과정임.

[환경적 요인: 자극과 방어 기제]

환경적 트리거(스위치): 북아프리카 특유의 강렬한 자외선이 유전자 발현의 스위치 역할을 함.

피부 방어 알고리즘:
강한 햇빛에 노출되면 피부를 보호하기 위해 본래 설계도에 있던 짙은 색소를 끌어올리며, 이를 통해 어릴 때의 밝은 피부가 짙은 구릿빛으로 고착화됨.
모로코 유전자 풀


"어릴 땐 백인이었는데?"아내의 피부색 변화로 본 다인자 유전

나의 아내는 모로코인이다. 어느 한가한 주말 오후, 진하게 내린 블랙커피를 마시며 아내의 어릴 적 사진첩을 넘기다 보면 나는 종종 신기한 현상을 목격한다. 사진 속 10대의 아내는 마치 튀르키예나 남부 유럽의 소녀처럼 하얀 피부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커피잔 너머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지금의 아내는 건강하고 어두운 흑갈색 피부 톤을 지니고 있다.

이 변화는 아내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처남의 피부는 지금도 서유럽 사람처럼 하얗고, 장인어른도 밝은 피부를 지니셨다.
반면 아내의 언니 두 명은 십 대 후반까지는 분명 남부 유럽인처럼 맑은 톤을 유지하다가, 이십 대를 통과하며 지금의 짙은 피부색으로 바뀌었다.
한 가족의 거실 안에 북유럽과 지중해, 중동과 아프리카의 태양이 동시에 공존하고 있는 셈이다.

나는 사진첩을 덮으며 생각했다. 한 사람의 몸이 평생 하나의 형태로 고정되어 있는 게 아니라, 시간과 환경 속에서 계속 다시 쓰이는 글 같은 거라고. 그리고 나와 그녀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이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자라날지, 그저 궁금하고 설레는 마음이 들었다.
20대초반 이전의 아내 피부색
20대초반 아내의 모습이다. 피부색이 튀르키예나 남부유럽쪽 백인의 모습을 띄고 있다. 단순 사진빨이 아닌게 처남은 이런 모습이 아직 유지되고 있었다. [얼굴은 정보보호 차원에서 일부 가렸습니다]


변화된 아내의 피부색
현재의 변화된 아내의 피부색이다. 확실히 어두운 갈색 아랍계통으로 변했다. 여기서 해변에서 썬텐 몇번 즐기면 누가보면 남미쪽 흑인인줄 착각할 정도로 변한다.[얼굴은 정보보호 차원에서 일부 가렸습니다]


유전자풀 발현시기

피부색이라는 계급장

여기서 잠시, 우리 사회는 피부색에 대해 유치한 편견을 가진 편이다. 누군가는 아내의 피부가 어두워진 것을 두고 "어릴 때가 더 예뻤겠네"라거나 "관리를 안 해서 탄 것 아니냐"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을지도 모른다.
피부가 하야면 실내에서 일하는 화이트칼라요, 어두우면 뙤약볕 아래서 일하는 노동자라는, 낡은 계급론이 아직도 우리 무의식 어딘가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피부색은 계급을 증명하는 영수증이 아니다. 그것은 그저 인간의 몸이 태양과의 거리를 재고 생존을 도모하는 생물학적 센서일 뿐이다.
햇빛이 차단된 실내에서만 자라면 유전적 피부색의 하한선에 머무는 것일 뿐인데, 그것으로 우월함을 포장하는 건 생물학적으로 보면 그저 환경적 자극이 결여된 상태를 찬양하는 것에 불과하다.

섣불리 답하지 못할 질문

솔직히 말하면, 나와 아내의 결합으로 아이가 어떤 기질을 갖게 될지는 나도 모른다. 한때는 이걸 '잡종강세'니 '유전자의 융합'이니 하는 그럴듯한 말로 설명하고 싶었던 적도 있다. 서구권 유전자가 주는 입체적인 이목구비에, 동아시아 유전자 특유의 부드러운 윤곽이 더해지는 상상을 하기도 했고, 아랍인 특유의 외향성과 한국인 특유의 섬세함이 만나 더 단단한 사람이 될 거라는 기대도 했다.

하지만 솔직히 그건 과학이 아니라 내 낭만이었다는 걸 안다. 사람의 성격과 기질은 특정 민족의 유전자에서 자동으로 흘러나오는 게 아니다. 외향적인 한국인도, 섬세한 모로코인도 셀 수 없이 많다. 아들이 어떤 얼굴, 어떤 성격으로 자랄지는 유전자의 조합뿐 아니라 그가 살아갈 무수한 하루하루가 함께 빚어낼 일이다. 나는 그저 그 과정을 곁에서 지켜보고 응원할 수 있을 뿐, 미리 설계하거나 예측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받아들이기로 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내가 정말로 바라는 건 아들이 어떤 특정한 피부색이나 체형, 기질을 갖는 게 아니다.
그저 그 아이가 자기 몸과 뿌리를 부끄러워하지 않고, 두 대륙에서 온 자신의 배경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자랐으면 한다. 책상 앞에 앉아 있든 햇볕 아래서 뛰어놀든, 그건 내가 정해줄 일이 아니라 아이 스스로 찾아갈 길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다양한 경험의 문을 열어주고, 어느 쪽을 선택하든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것뿐이다.

밤이 깊어지면 아내는 조용히 잠이 든다. 달빛이 아내의 짙은 올리브 톤 피부 위로 미끄러진다. 나는 그 옆에 누워 새근거리는 아들의 숨소리를 듣는다. 창밖으로는 바람이 불고, 별들은 까마득한 과거의 빛을 지금의 지구로 실어 나르고 있다.

우리는 종종 인간의 힘으로 세상을 바꿀 수 없다는 무력감에 빠지곤 한다. 하지만 완벽하지 않은 두 존재가 서로의 결핍을 알아보고, 전혀 다른 대륙의 체취를 끌어안는 순간, 사랑은 조용하고 꾸준하게 다음 페이지를 넘긴다.

국제결혼이라는 이름의 도전적 모험이 계속되는 한, 우리 각자의 가족사는 언제나 예측할 수 없는 방식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써 내려갈 것이다. 아마도, 틀림없이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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