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리왕산 2야영장
어느 날 문득, 시원한 숲속에 고립될 수 있는 숲을 찾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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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리왕산 자연휴양림 입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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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리왕산 자연휴양림 약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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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리왕산자연휴양림 출렁다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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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리왕산 205번에서 본 전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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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이 굉장히 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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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에서 이정도 힘차게 흐르는 계곡은 드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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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소리가 주변을 압도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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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5번 자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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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리왕산 205,204,203 옆모습 |
가리왕산(加里王山) 자연휴양림. 이름부터가 묘하게 묵직하다. 먼 옛날 맥국의 갈왕이 전쟁에 패해 쫓겨 들어와 대궐을 짓고 숨어 살았다는, 패배자의 서사가 짙게 깔린 숲. 담덕이라는 이름으로 세상을 관찰하며 글을 쓰는 나에게, 이 짙은 구상나무의 그늘과 서늘한 습기는 묘한 안도감을 준다. 세상의 번잡한 신호들을 차단하기 위해 무거운 전자장비 따위는 미련 없이 내려놓았다. 그저 작은 폴딩텐트 하나와 침낭, 그리고 불을 다룰 최소한의 도구만을 챙겨 이 깊고 서늘한 원시림의 입구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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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5번에서도 충분히 멋지뷰를 볼수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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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볍게 원터치 펴고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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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02 명당에서 살짝 벗어나도 205자리도 이 정도 인증샷은 나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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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4번 자리 |
가리왕산 야영장 데크규격
3.6m × 3.7m.
가리왕산 1야영장과 2야영장에 흩뿌려진 숲속 데크의 규격이다. 이 숫자는 생각보다 단호하고 냉정하다. 거대한 거실형 텐트(리빙쉘)를 바리바리 싸 들고 와서 삐져나온 스커트를 어떻게든 묶어보려는 캠퍼들의 눈물겨운 사투를 보고 있자면, 조금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우리는 날것의 자연주의를 표방하며 산으로 기어들어 오지만, 결국 네모난 나무판자 위라는 문명의 규격에 철저히 종속되어 있는 셈이다. 울퉁불퉁한 돌밭과 나무뿌리 사이의 데크 위로 조심스레 폴딩텐트를 펼치며 생각한다. 이곳은 짐이 많은 맥시멀리스트들의 무덤이다. 장비가 무거워질수록, 맥국의 갈왕이 느꼈을 피난길의 고달픔을 당신도 고스란히 체험하게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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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5,204,203,202,201 자리 모두 이렇게 주차장 앞이다 |
휴양림 예약 사이트의 새로고침을 누르다 보면, 다들 2야영장 제일 구석진 201번, 202번 데크를 무슨 구원의 성지처럼 맹신한다. 완벽한 독립성, 프라이빗한 시크릿 계곡. 물론 듣기엔 참 좋은 활자들이다.사진 찍혔을때 간지도 참 좋다. 하지만 주차장 앞에서 바로 연결되는 편리함이 자연을 벗삼은 캠핑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반쪽짜리 위치이다. 낭만은 인스타 사진 한장과 함께 증발해 버리고 만다. 까놓고 말해서, 그것은 낭만을 빙자한 아스팔트 앞에 있는 반쪽짜리 야영장이다.
반면 1야영장은 어떤가. 회동계곡 하류의 압도적인 수량은 천연의 백색소음이 되어 옆 텐트 아저씨의 기상천외한 코골이를 레코드판의 지글거림처럼 우아하게 덮어버린다. 무조건 편리한 곳에 텐트를 박아두고 사진 잘나오는 곳이어야 '진짜 캠핑'이라는 강박을 조금만 내려놓으면, 동선이 조금 길더라도 숲의 개방감이 적당한 1야영장이야말로 가장 영리하고 매력적인 타협점이라는 것일수도 있음을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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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리왕산 110번 데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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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0번과 101번 자리 옆에서 찍은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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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1 데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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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1데크에서 본 전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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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4데크에서 본 전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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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4자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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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리왕산 105 데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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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5 데크에서 본 전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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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5 데크 옆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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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5데크 옆 근처에 이렇게 무대가 마련되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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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샤워장 전경 |
가리왕산 야영장 주의 사항 불 관리
명심하자. 가리왕산 야영장은 365일 숯불과 장작 사용이 전면 금지된다. (산불 조심 기간이 아니더라도 휴양림 내 장작 사용은 불법이다.) 불멍의 로망을 품고 무거운 참나무 장작을 낑낑대며 들고 온다면, 당신은 그저 무거운 나무토막을 곁에 두고 밤새도록 묵언 수행이나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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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5자리에서 본 풍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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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촐한 세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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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너로 물끓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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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유난로위에 놓아두면 오뎅탕도 끓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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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멍 |
불이 허락되지 않는 숲의 밤은 폭력적일 만큼 짙고 무겁다. 타닥거리는 장작 소리 대신 우리는 랜턴이나 등유난로의 희미한 불빛 하나에 의지한 채, 거대한 자연의 침묵 속으로 강제로 침잠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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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두워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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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데크하나에 두개의 백패킹 텐트를 놓을수도 있다 |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이 완벽한 통제와 제약 속에서 진정한 감각의 자유가 시작된다. 불을 피우기 위해 장작을 패고, 매운 연기를 뒤집어쓰며 불씨를 살려야 하는 '불의 노동'에서 해방된 그 빈자리에, 비로소 계곡이 굽이치는 물소리와 짙은 흙냄새가 온전히 스며들기 시작하는 것이다.
따지고보면, 나 역시 2야영지에서 고독을 씹는 척 허세를 부린것이다. 하지만 칠흑 같은 한밤중, 급한 화장실을 가기 위해 헤드랜턴의 좁은 불빛에 의지해 돌길을 더듬어 내려올 때마다 나의 생리적 나약함을 뼈저리게 마주했다. 진정한 미니멀리즘과 야생의 즐거움이란, 무조건 험지에 몸을 던져 스스로를 학대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의 선 안에서 나의 체력과 동선을 우아하게 조율하는 데 있다.
자리 추천
쾌적한 편의시설 접근성과 웅장한 계곡의 백색소음을 동시에 누리면서도 독립성을 챙기고 싶다면, 1야영장의 104번, 105번( 넓게 쓸 때), 혹은 110번(완벽한 솔캠용)을 노려라.그리고 챙겨갈 짐은 당신이 처음 생각했던 것에서 정확히 '절반'으로 줄이는 것이 현명할 수 있다.
인간의 번잡함을 피해 가장 깊은 숲속으로 도망쳤지만, 정작 그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인간을 가장 두렵게 만드는 건 귀신도 짐승도 아닌 터질 것 같은 내 방광이다.
마무리하며
아침 7시. 텐트에 맺힌 차가운 이슬을 툭툭 털어내며 등유난로에 물을 올린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커피 한 잔을 쥐고 여전히 맹렬하게 흐르는 계곡을 바라본다. 조금 불편하고, 마음대로 불도 피울 수 없었으며, 고독을 씹어야 했던 가리왕산의 밤. 하지만 축축한 텐트를 싣고 도시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나는 묘하게 단단해지고 충만해진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것이 이 험준한 산이, 그리고 갈왕의 숲이 우리에게 무심하게 툭 던져주는 아주 작고 확실한 위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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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피필터가 없어서 임기응변으로 냅킨 활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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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피 내리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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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두에서 꽃향기가 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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