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완벽한 캠핑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는것을 알고있다.
태안 이원면을 향해 운전대를 잡을 때면, 어딘가 세계의 가장자리로 향하고 있다는 감각에 사로잡힌다. 차안에서 흘러나오는 애플 뮤직컨트리의 컨트리한 음악 선율처럼 일정한 간격으로 부서지는 파도 소리, 그리고 꾸지나무골이라는 이름이 주는 알 수 없는 나른함. 어촌계장님의 무심한 듯 다정한 관리가 닿는 그곳은, 대형 자본이 휩쓸고 간 번잡한 해수욕장과는 거리가 멀다. 그저 해송 사이로 불어오는 짭조름한 바람과 나, 그리고 몇 평 남짓한 텐트의 공간만이 세계의 전부가 되는 시간. 우리는 그 한적함의 틈바구니로 기꺼이 침잠하기 위해 그곳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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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텐트앞 해송사이 해먹에 앉아보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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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구축한 간단한 원터치 텐트와 타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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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도 배경이면 만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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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소짓는 스마일 게,도둑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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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소짓는 돌고래 튜브 |
하지만 서해안의 똥바람 앞에서는 어떤 고상한 철학이나 이론도 힘을 잃고 만다. 바람은 마치 "오늘 신고식 제대로 한번 해야지??" 라고 말하는 것 처럼 타프의 멱살을 무자비하게 쥐고 흔든다. 이때 필요한 것은 대자연과의 영적인 교감이 아니라, 지극히 물리적이고 타산적인 팩다운이다.
내가 사용하는 40cm 단조 팩은 해변의 모래사장 앞에서는 그저 무기력한 쇳덩이에 불과하다. 그래서 나는 윗쪽 언덕의 흙바닥과 쇄석사이 어딘가 자리잡았다. 만약 모래사장 근처 어딘가에 자리잡는다면 텐트의 가장 좁은 면을 바람과 대치시키고, 단면적이 넓은 V자형 샌드 팩을 모래 깊숙이 묻어야 한다. 그것마저 없다면 2리터 생수통 6개 묶음이나 모래를 가득 채운 마대를 땅에 묻어 '데드맨 앵커'를 만들어라. 철저하게 가이라인(스트링)을 당겨 풀 팩다운을 하지 않으면, 당신의 텐트는 거대한 가오리 연이되어 서해 바다 위로 떠다니는 모습을 연출하게 될 것이다. 자연 앞에서는 겸손해야 한다고들 하지만, 사실 겸손보다는 X자 교차 팩다운이 훨씬 당신의 텐트를 안전하게 지켜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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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터치 텐트라 할지라도 팩다운은 필수 |
텐트가 대지와의 결속을 끝냈다면, 이제 배고픔과의 평화협정을 맺을 차례다. 코펠에 올리브오일과 페퍼론치노를 두른다. 해감을 마친 바지락이 화이트 와인(혹은 소주)을 머금고 입을 벌리는 순간은 언제나 조금 관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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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바스를 시도해보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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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연속 감바스 완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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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먹음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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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빵과 함께 |
해산물이 익으면 버터 한 조각을 무심하게 던져 넣는다. 알코올이 날아가며 남긴 눅진한 국물. 그 해산물의 진국에, 빵을 곁들여 먹는다. 집에서 조용히 파스타를 만들어 먹던 그 익숙하고 안정적인 리듬이, 거친 바닷바람 앞에서도 고스란히 이어진다. 화력을 지켜내며 볶아낸 감바스에 빵과 한 입. 과테말라 안티구아 원두를 갈아 내린 커피 한 잔이 간절해지는, 그런 노골적이고도 완벽한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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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해의 낙조는 일품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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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언가를 찾는 아들 |
나는 태안 꾸지나무골 해수욕장의 오션뷰 라는 공간적 배경, 초속 5미터 이상의 강풍을 견디기 위한 샌드팩 딥-다운과 데드맨 앵커라는 참고지식, 그리고 해산물 오일 감바스로 이어지는 캠핑 미식의 연쇄 작용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말하자면, 이것은 단순한 캠핑 가이드나 요리 레시피라기 보다는 불확실성이 난무하는 똥바람 속에서 최소한의 장비와 요리로 인간의 존엄과 취향을 지켜내는 일종의 견고한 의식인 셈이다. 파도 소리와 버터 향은, 이 불합리한 세계에 맞서는 꽤 훌륭한 방어기제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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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치오븐과 캠프파이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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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븐상단에 숯몇개 얹어놓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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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갈비 스튜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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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치오븐 스테이크 |
하지만 낭만이라는 포장지를 벗겨내면, 현실은 지극히 건조하다. 결국 이것은 거센 바닷바람과 모래 먼지 속에서 텐트를 사수하기 위한 처절한 육체노동이자, 다음 날 아침 식은 음식물 껍데기 쓰레기를 치워야 하는 번거로움의 연속이다. 자연은 나를 환영한 적이 없고, 그저 잠시 그 자리를 빌려주었을 뿐이다.
매서운 바닷바람을 맞으며 날것의 감성에 취하려 애쓰면서도, 아주 가끔은 그저 모든 게 완벽하게 통제되는 집 주방에서 편안하게 면을 삶아내던 그 익숙한 온도를 몰래 그리워하곤 한다.
바람 부는 바닷가에서의 캠핑이란, 결국 내 돈 내고 사서 고생을 한 뒤 그것을 '낭만'이라 우기는 고도의 자기기만일지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야겠다면, 주말 요금 5만 원을 결제하기 전 '윈디(Windy)' 어플을 켜라. 풍속이 7m/s를 넘는다면 A12번 같은 오션뷰 명당의 미련은 버리고, 뒤쪽 힐링존으로 후퇴하거나 깔끔하게 예약을 취소하는 것이 당신의 척추와 정신 건강에 이롭다.
다가오는 주말이면 우리는 또다시 트렁크에 짐을 욱여넣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텐트를 때리던 바람의 방향이 기적처럼 바뀌고, 코펠 위에서 버터가 녹아내릴 때 찾아오는 그 찰나의 평온함. 어쩌면 그것만으로도 우리가 이 피곤하고 불완전한 세계를 계속 살아가야 할 이유는 충분할 테니까. 자, 다음 주말에도 건투를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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