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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낳기 힘든 이유? 사실은 ‘갈 곳이 없기’ 때문이다 | 사회의 생얼 #09


사회의 생얼 시리즈




어느 일요일 오후, 나는 한 손에 기저귀 가방을 들고 다른 한 손으로는 세 살배기 아이의 끈적이는 손을 잡은 채 도시의 한가운데 서 있었다. 4월의 바람은 제법 부드러웠지만, 스마트폰 지도 앱을 들여다보는 나의 이마에는 옅은 땀이 배어났다.

유배된 자들의 지도 앱

"어디로 갈까." 나는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완벽하게 로스팅된 과테말라 안티구아 커피 한 잔과, 아이가 잠시 앉아 뽀로로 보리차를 마실 수 있는 평범한 공간. 그 단순한 교집합을 찾는 일은 막막한 작업이다. 실용적인 팁을 하나 주자면, 주말 오후 아이와 함께 집 밖을 나설 때 지도 앱에 '카페'를 검색하고 바로 가는 것은 하수들이나 하는 짓이다. 당신이 가장 먼저 해야 될 것은 '노키즈존'이라는 세련된 거절을 확인하는거다. 야외로 나가면 좀 낫지 않냐고? 천만의 말씀이다. 요즘 핫하다는 캠핑장 예약 창을 열어보면 '노키즈 존', '두 가족 이상 예약 금지(소음 방지)', 라는 문구가 지뢰처럼 깔려 있다.[4] 아이와 마음 편히 텐트를 치려면 가족관계증명서를 지참하고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공공 휴양림 광클릭 전쟁에 참전하거나[7][8], 1박에 10만 원을 호가하는 방방이(트램펄린) 달린 '키즈 전용 오토캠핑장'으로 유배를 떠나야 한다. 지인들을 만날 때는 또 어떤가. "나 아이 데리고 가도 돼?"라고 묻는 순간, 단톡방에 흐르는 3초간의 정적은 우주의 진공 상태만큼이나 길고 차갑다. 결국 부모님 댁을 제외하고 우리가 속 편하게 머물 수 있는 곳은, 보호자 입장료와 음료값을 따로 받는 시간당 2만 5천 원짜리 대형 키즈카페나, 반나절 대관에 고가인 예약제 '프라이빗 키즈풀'뿐이다. 우리는 도시라는 거대한 갤러리에서, 입장권을 구하지 못해 밖을 서성이는 불청객이 된 것이다.[5][6]

무균실의 미학과 알량한 영수증

왜 이 도시는 이토록 아이들에게, 그리고 부모들에게 곁을 내어주지 않는가. 나는 아이의 손을 이끌고 인적 드문 공원 벤치로 걸어가며 이 거대한 시스템의 엇박자를 생각했다.

여기서 누군가는 정색하며 나에게 날카로운 반론을 제기할지도 모른다. "아니, 애가 시끄럽게 굴고 기물을 파손할 위험이 있으면 부모가 통제하는 게 당연한 거 아닙니까? 왜 내가 내 돈 주고 산 휴식을 당신 아이의 소음 때문에 망쳐야 하죠? 통제할 자신 없으면 집에서 키우시든가요."

맞다. 그러나 요즘 사람들이 아이의 옹알이나 칭얼거림에 느끼는 그 맹렬한 분노는, 정말로 가격에 포함된 정적을 침해받은 소비자로서의 정당한 권리' 때문인가? 그것은 권리를 빙자한 알량한 화풀이 일지 모른다.

우리가 사는 이 사회는 교육, 부동산, 경제, 성 역할이라는 네 개의 톱니바퀴가 삐걱거리며 돌아가고 있는 거대한 시계다. 20년 넘게 미친 듯이 경쟁해서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했건만,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20년을 모아도 서울에 번듯한 내 하나 마련할 수 없다. 결혼은 '사랑의 결실'이 아니라 엑셀표를 두드려보고 양가의 자본을 합쳐야만 간신히 입장할 수 있는 VIP 라운지가 되어버렸다. 이 숨 막히는 구조적 박탈감 속에서, 우리가 유일하게 통제하고 소유할 수 있는 '안식처'는 비용을 지불하고 이용하는 장소 대여 이용권뿐이다.[3]

우리는 아이의 소음이 싫은 게 아니다. 이 각자도생의 사회에서, 포기해야만 했던 '결혼과 출산'이라는 평범한 생애 주기를 버젓이 누리고 있는 유모차 끈 부모들의 존재 자체가 불편한 것 일 수도있다. 나의 일상은 나 하나 건사하기도 벅차서 너덜너덜한데, 저들은 어찌어찌 구조의 벽을 넘어 '가족'이라는 전리품을 챙겼다는 불편한 심리. 그것을 "개념 없는", "민폐", "소비자의 권리"라는 아주 세련되고 합리적인 단어로 포장해 공격하고 있을 뿐이다. 시스템을 향해 던져야 할 분노의 돌멩이를, 가장 약하고 만만한 타겟인 '아이와 부모'에게 던지는 자기위로. 이것이 이 도시가 숨기고 있는 부분일 것이다.

우리는 기꺼이 소음의 귀족이 되겠다

하지만 뭐, 어떤가. 나는 공원 벤치에 앉아 아이의 입가에 묻은 초코 과자 부스러기를 닦아주며 피식 웃었다. 구조적 모순이 어쩌고 저쩌고 떠들어봤자, 어차피 당장 내 눈앞의 현실은 '갈 곳 없는 28개월 아빠'일 뿐이다. 그렇다면 굳이 저 차가운 무균실의 문을 두드리며 환대해 달라고 구걸할 필요가 있을까?

사실 그 '노키즈존'이라는 힙한 카페들, 까놓고 말해 더럽게 불편하다. 테이블은 무릎 높이에 있어서 커피를 마시려면 요가 수행자처럼 허리를 꺾어야 하고, 의자는 딱딱한 블록이라 30분만 앉아 있어도 척추증이 올 것 같다. 음악은 또 어떤가. 알 수 없는 인디 음악이 고막을 때리는데, 그곳에서 우아한 척 앉아 있는 것 자체가 하나의 고문이다.

오히려 우리가 밀려난 그 '격리된 공간', 키즈카페를 찬양하자. 그곳은 가장 완벽한 요새다. 바닥은 넘어져도 아프지 않은 푹신한 매트로 깔려 있고, 아이가 소리를 지르며 뛰어다녀도 누구 하나 눈치 주지 않는다. 우리는 시속 3km로 질주하는 전동 장난감 자동차를 피하며 미지근한 아메리카노를 마신다. 곁눈질로는 다른 부모들과 "당신도 오늘 하루 털렸군요"라는 연대의 눈빛을 교환하면서.

그래, 우리는 저 효율과 통제의 도시에서 쫓겨난 '소음의 귀족'들이다. 정적이고 죽어있는 인테리어 대신, 예측 불가능하게 쏟아지는 장난감 블록과 언제 터질지 모르는 떼쓰기라는 아방가르드한 행위 예술을 매일같이 감상하는 특권층인 셈이다. 사회가 우리를 분리하겠다면 기꺼이 분리당해주마. 우리는 놀이터 모래사장에서 플라스틱 삽을 들고 우주에서 가장 찬란한 생명력과 뒹굴며 놀 테니.

출산율 0.6의 국가에서 '노키즈존'을 검색하며 평화를 찾는 사람들과, 그들을 이기적이라 하며 투기등으로 미래의 숨통을 막는 사람들이 마주앉은 이 도시는, 이미 그 자체로 거대한 'no mix zone'이다.[1][2]

생기(生氣)라는 이름의 구원

해가 저물어간다. 주황빛 노을이 도시의 유리 빌딩에 반사되어 제법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낸다. 벤치에서 일어난 아이가 내 다리에 매달려 안아달라며 짧은 두 팔을 벌린다. 나는 아이를 번쩍 안아 올렸다. 14킬로그램. 묵직하고도 따뜻한 생명의 무게가 어깨를 짓누르지만, 동시에 나의 가슴을 꽉 채운다.

결국 도시는 사람이 살아가는 공간이다. 타인의 불편함을 1%도 견디지 못하고, 자신의 권리라는 이름으로 모든 불규칙성을 차단해 버린 완벽한 무균실. 그러나 세균이 없는 공간에서는 면역력도 자라지 않는다. 아이들의 울음소리, 노인들의 느린 걸음은, 누군가의 서툰 실수를 '소음'과 '민폐'로만 규정하고 도려낸다면, 그 끝에 남는 것은 소름 끼치도록 조용하고 고립된 독방뿐일 것이다.

나는 닫힌 카페들의 유리창 너머로, 조용히 스마트폰만 들여다보고 있는 사람들을 바라본다. 그들의 고요한 평화가 조금은 쓸쓸해 보였다. 이 도시가 잃어버린 것은 단순히 '아이를 데리고 갈 공간'이 아니다. 우리는 서로의 삶이 부딪히며 만들어내는 삐걱거림, 그 불편함을 기꺼이 감내하며 서로를 사회의 일원으로 받아들이는 '환대의 근육'을 잃어버린 것이다.

아이는 내 어깨에 얼굴을 묻고 새근새근 잠이 들었다. 아이의 규칙적인 숨소리가 귓가를 간지럽힌다. 적어도 나에게는, 이 작고 통제 불가능한 소음이야말로 서서히 침몰해가는 이 메마른 도시를 구원할 유일한 생기 처럼 느껴진다. 나는 아이가 깨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기며, 우리가 내일은 또 어느 곳으로 유쾌한 유배를 떠날지 생각했다. 뭐, 어디든 상관없다. 이 따뜻한 체온만 곁에 있다면.

*본 포스팅은 개인적인 관찰과 주관적인 해석을 바탕으로 작성된 사회 분석 에세이입니다. 다만 생각에 사용된 기본적 근거는 아래 출처를 남겨두었습니다


본문 텍스트 주요 출처 및 주석

1. "출산율 0.6의 국가에서 평화를 찾는 사람들"


확인된 데이터: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23년 4분기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65명으로 사상 처음 0.6명대로 떨어짐. 2024년 서울특별시의 합계출산율은 0.581명을 기록하여 전국 최하위 수준임.
인구 붕괴 시계

직접 연결 출처 URL:


[1].https://m.sedaily.com/amparticle/13849735

[2].(https://gsis.kwdi.re.kr/statHtml/statHtml.do?orgId=338&tblId=DT_1AD0610R)

2.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20년을 모아도 서울에 번듯한 내 집 하나 마련할 수 없다"

확인된 데이터: 2017년도에도 이미 20대 월급 한 푼 안 쓰고 18년 모아야 서울 아파트 구입 가능. 2010년 이후 부동산 구입 금액은 평균 1억7천117만원으로 10년 전보다 1.5배, 20년 전보다 2.4배 높아짐.


직접 연결 출처 URL:


[3].https://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43294

3. "캠핑장 예약 창... '노키즈존', '두 가족 이상 예약 금지(소음 방지)'"

확인된 데이터: 노키즈존 이어 캠핑장 "40대 이상 커플은 예약 불가" 논란. 전문가들은 구체적 행위가 아닌 나이나 집단을 기준으로 이용 제한을 두는 곳이 갈등을 부추긴다고 지적함.


직접 연결 출처 URL:

[4].(https://www.chosun.com/national/national_general/2021/12/02/O5LD3UJK4FGJ7PPZAPCN5ZYD3U/)

4. "시간당 2만 5천 원짜리 대형 키즈카페나... 프라이빗 키즈풀뿐이다"

확인된 데이터: 챔피언더블랙벨트 등 대형 키즈카페 어린이 3시간 평일 할인권 19,000원~23,000원 대에 형성. 아이와 함께 사계절 물놀이가 가능한 프라이빗 키즈풀파티룸(스테이429, 후암별채 이누스 등) 공간 대여 성행.


직접 연결 출처 URL:


[5].https://www.myrealtrip.com/offers/144529

[6].https://mom-mom.net/travel/places/64fead7326df7cdaf46eee3e

5. "가족관계증명서를 지참하고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공공 휴양림 광클릭 전쟁"

확인된 데이터: 국립자연휴양림(숲나들e) 예약자 본인확인(신분증) 후 입실, 존·비속과 배우자의 예외 입증을 위해 대법원 전자가족관계등록시스템에서 '가족관계증명서' 지참 필수. 수용인원 초과 영유아 입실 불가 규정 명시.


직접 연결 출처 URL:

[7].(https://www.foresttrip.go.kr/indvz/main.do?hmpgId=ID02030086)

[8].(https://www.foresttrip.go.kr/pot/cc/nm/selectNticBbrssDtlView.do?hmpgId=FRIP&twbbsId=197924&nowPage=1&bbrssMsterId=BBRSSMSTER_00000001&srchType=twbbsSubjc&srwrd=&wrdtBgn=&wrdt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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