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전체보기
![]() |
넷플릭스를 켰다. 미야자키 하야오, 그 고집불통 영감이 또 한 번 은퇴를 번복하고 내놓은 기묘한 작별 인사,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를 보기 위해서다. 한 손엔 따뜻한 찻잔을 들고, 소파 깊숙이 몸을 묻었다. 이제부터 지브리라는 거대한 미궁 속으로 걸어 들어갈 시간이다.
상실과 회피의 시작
영화의 시작은 지독할 정도로 직설적이다. 제2차 세계대전, 불타는 도쿄, 그리고 그 불길 속에서 사라진 어머니. 소년 마히토가 겪는 이 비극은 소설 속 주인공들이 겪는 '돌이킬 수 없는 상실'과 닮아 있다.
어머니의 죽음 이후 마히토는 입을 다문다. 아버지는 어머니의 동생인 처제 나츠코와 재혼하고, 마히토는 시골의 거대한 저택으로 옮겨간다.
아니, 아무리 전쟁통이라지만 처제랑 재혼이라니? 유교 드래곤이 뒷목 잡을 설정이지만, 이건 당시 일본 상류층의 관습이기도 했다. 중요한 건 마히토의 마음이다. 새엄마가 된 이모, 그리고 곧 태어날 동생. 소년에게 이 현실은 '악의'로 가득 찬 낯선 세계일 뿐이다. 마히토는 학교 가기 싫어 제 머리를 돌로 찍어버린다. 스스로 상처를 내어 현실로부터 도망치는 것, 그것이 소년이 선택한 첫 번째 생존 방식이었다.
-가짜와 진짜 사이: 왜가리는 기만과 거짓말의 상징이다. 하지만 때로는 그 거짓말이 우리를 진실로 인도하기도 한다. 실종된 나츠코를 찾기 위해 마히토는 숲속의 신비로운 탑으로 발을 들인다.
그 탑은 메이지 시대에 하늘에서 떨어진 신비한 돌 위에 세워졌다. 현실의 논리가 통하지 않는 '밑바닥 세계'로의 진입. 여기서부터 영화는 하야오 영감이 80년 넘게 쌓아온 무의식의 창고를 탈탈 털어 보여주기 시작한다.[참고: 지브리가 펼쳐놓은 기묘한 미궁, 공식 스틸컷으로 영화의 잔상 복기하기]
어머니의 죽음 이후 마히토는 입을 다문다. 아버지는 어머니의 동생인 처제 나츠코와 재혼하고, 마히토는 시골의 거대한 저택으로 옮겨간다.
아니, 아무리 전쟁통이라지만 처제랑 재혼이라니? 유교 드래곤이 뒷목 잡을 설정이지만, 이건 당시 일본 상류층의 관습이기도 했다. 중요한 건 마히토의 마음이다. 새엄마가 된 이모, 그리고 곧 태어날 동생. 소년에게 이 현실은 '악의'로 가득 찬 낯선 세계일 뿐이다. 마히토는 학교 가기 싫어 제 머리를 돌로 찍어버린다. 스스로 상처를 내어 현실로부터 도망치는 것, 그것이 소년이 선택한 첫 번째 생존 방식이었다.
환상으로의 도피 혹은 직면
마히토의 주변을 맴도는 정체불명의 왜가리. 이 녀석은 참으로 불쾌하고 비릿한 존재다. "너의 어머니는 살아있다"고 속삭이며 소년을 유혹한다.-가짜와 진짜 사이: 왜가리는 기만과 거짓말의 상징이다. 하지만 때로는 그 거짓말이 우리를 진실로 인도하기도 한다. 실종된 나츠코를 찾기 위해 마히토는 숲속의 신비로운 탑으로 발을 들인다.
그 탑은 메이지 시대에 하늘에서 떨어진 신비한 돌 위에 세워졌다. 현실의 논리가 통하지 않는 '밑바닥 세계'로의 진입. 여기서부터 영화는 하야오 영감이 80년 넘게 쌓아온 무의식의 창고를 탈탈 털어 보여주기 시작한다.[참고: 지브리가 펼쳐놓은 기묘한 미궁, 공식 스틸컷으로 영화의 잔상 복기하기]
삶과 죽음의 기묘한 공생,
왈라왈라와 앵무새탑 안의 세계는 결코 아름다운 동화 속 세상이 아니다. 그곳은 철저하게 비정하고 먹고 먹히는 생태계다.
-왈라왈라 (순수한 생명의 씨앗): 하늘로 날아올라 세상의 아기가 되려는 존재들. 귀엽지만 무력하다. 펠리컨에게 잡아먹히고 히미의 불꽃에 구워지기도 한다. 생명이란 건 태어나기도 전부터 이토록 위태로운 법이다.
-앵무새 (획일화된 군중): 칼을 차고 제복을 입은 채 떼 지어 다니는 앵무새들. 이건 누가 봐도 '파시즘'에 대한 조롱이다. 멍청하게 왕을 따르며 "먹을 것"에만 집착하는 그들은, 시스템 안에서만 위엄을 갖는 비겁한 대중을 상징한다.
앵무새 왕을 보라. 폼은 졸라게 잡지만 결국 제 성질 못 이겨 세상을 파괴하는 꼴이라니. 우리 주변의 정치판에도 저런 '앵무새 왕'들이 수두룩하지 않은가? 깃발 흔들며 대오를 맞추는 게 애국인 줄 아는 멍청한 군중들 말이다.
-왈라왈라 (순수한 생명의 씨앗): 하늘로 날아올라 세상의 아기가 되려는 존재들. 귀엽지만 무력하다. 펠리컨에게 잡아먹히고 히미의 불꽃에 구워지기도 한다. 생명이란 건 태어나기도 전부터 이토록 위태로운 법이다.
-앵무새 (획일화된 군중): 칼을 차고 제복을 입은 채 떼 지어 다니는 앵무새들. 이건 누가 봐도 '파시즘'에 대한 조롱이다. 멍청하게 왕을 따르며 "먹을 것"에만 집착하는 그들은, 시스템 안에서만 위엄을 갖는 비겁한 대중을 상징한다.
앵무새 왕을 보라. 폼은 졸라게 잡지만 결국 제 성질 못 이겨 세상을 파괴하는 꼴이라니. 우리 주변의 정치판에도 저런 '앵무새 왕'들이 수두룩하지 않은가? 깃발 흔들며 대오를 맞추는 게 애국인 줄 아는 멍청한 군중들 말이다.
큰할아버지의 13개 돌탑과 '악의'의 계승
드디어 마주한 탑의 주인, 큰할아버지. 그는 미야자키 하야오 본인의 투영이라 생각한다.
그는 피로 더럽혀지지 않은 13개의 돌(하야오의 13개 작품)을 쌓아 세상을 유지하려 한다. 마히토에게 "이 순수한 돌로 너만의 왕국을 만들어라"고 제안한다.
여기서 마히토는 주인공다운 간지를 뿜어낸다. 자신의 흉터를 가리키며 말한다. "이건 내 악의의 증거입니다. 나는 순수하지 않아요."
그렇다.완벽한 유토피아 따위는 없다. 우리는 모두 저마다의 어둠과 상처(악의)를 품고 살아간다. 마히토는 큰할아버지가 만든 '완벽한 가짜 세계'의 지배자가 되기보다, '상처 입은 진짜 현실'의 인간이 되기를 선택한다.
그는 피로 더럽혀지지 않은 13개의 돌(하야오의 13개 작품)을 쌓아 세상을 유지하려 한다. 마히토에게 "이 순수한 돌로 너만의 왕국을 만들어라"고 제안한다.
여기서 마히토는 주인공다운 간지를 뿜어낸다. 자신의 흉터를 가리키며 말한다. "이건 내 악의의 증거입니다. 나는 순수하지 않아요."
그렇다.완벽한 유토피아 따위는 없다. 우리는 모두 저마다의 어둠과 상처(악의)를 품고 살아간다. 마히토는 큰할아버지가 만든 '완벽한 가짜 세계'의 지배자가 되기보다, '상처 입은 진짜 현실'의 인간이 되기를 선택한다.
히미의 퇴장,
"너를 낳으러 가야 하니까"가장 가슴 아픈 지점이다. 마히토의 친엄마인 어린 시절의 히미는 자신이 현실로 돌아가면 불에 타 죽을 운명임을 알고 있다.
마히토가 "그 문으로 나가면 죽어!"라고 울먹일 때, 히미는 웃으며 말한다. "불은 무섭지 않아. 너라는 멋진 아이를 낳을 수 있다면."
이건 신파가 아니다. 자신의 비극적인 종말을 알면서도 사랑하는 존재의 탄생을 위해 그 길을 걷겠다는,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가장 고귀한 긍정이다. 마히토는 이 순간 비로소 엄마를 잃은 소년에서, 엄마의 사랑을 품은 어른으로 성장한다.
마히토가 "그 문으로 나가면 죽어!"라고 울먹일 때, 히미는 웃으며 말한다. "불은 무섭지 않아. 너라는 멋진 아이를 낳을 수 있다면."
이건 신파가 아니다. 자신의 비극적인 종말을 알면서도 사랑하는 존재의 탄생을 위해 그 길을 걷겠다는,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가장 고귀한 긍정이다. 마히토는 이 순간 비로소 엄마를 잃은 소년에서, 엄마의 사랑을 품은 어른으로 성장한다.
주머니 속의 돌 하나와 이사 가는 뒷모습
탑은 무너졌다. 마히토는 나츠코의 손을 잡고 현실로 돌아온다.
-기억의 휘발: 왜가리는 말한다. 어차피 이 세계의 일은 다 잊혀질 거라고. 맞다. 꿈은 깨면 사라진다. 하지만 마히토의 주머니엔 작은 돌 조각 하나가 남았다.
전쟁이 끝나고 다시 도쿄로 떠나는 짐차. 영화의 시작에서 마히토는 절망을 안고 시골로 왔지만, 이제는 나츠코를 "어머니"라 부르며 미래를 향해 나아간다.
하야오 영감은 묻는다. "이 지옥 같은 세상, 악의가 판치는 세상이지만, 그럼에도 친구를 사귀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살아갈 용기가 있는가?"
찻잔 속의 홍차는 이제 차갑게 식어버렸다. 창밖으론 어느덧 새벽의 어둠이 가시고 회색빛 아침이 찾아오고 있다.
이 영화는 친절하지 않다. 하지만 인생 자체가 원래 불친절한 매뉴얼 없는 게임 아닌가. 하야오 영감은 은퇴니 뭐니 하는 구질구질한 변명 대신, 우리 손에 툭 하고 돌멩이 하나를 쥐여주며 말한다. "자, 세상은 개판이고 내 탑은 무너졌다. 이제 니들이 알아서 살아라."
자, 그대들은 이제 어떻게 살 것인가?
다음화에서는 눈물샘 펑펑 터느리는 "추영우에게서 김재원의 리즈 시절을 보다? 넷플릭스 2026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를 보고에 안구 옹달샘 터진 사연" 에 대해 다룹니다
-기억의 휘발: 왜가리는 말한다. 어차피 이 세계의 일은 다 잊혀질 거라고. 맞다. 꿈은 깨면 사라진다. 하지만 마히토의 주머니엔 작은 돌 조각 하나가 남았다.
전쟁이 끝나고 다시 도쿄로 떠나는 짐차. 영화의 시작에서 마히토는 절망을 안고 시골로 왔지만, 이제는 나츠코를 "어머니"라 부르며 미래를 향해 나아간다.
하야오 영감은 묻는다. "이 지옥 같은 세상, 악의가 판치는 세상이지만, 그럼에도 친구를 사귀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살아갈 용기가 있는가?"
찻잔 속의 홍차는 이제 차갑게 식어버렸다. 창밖으론 어느덧 새벽의 어둠이 가시고 회색빛 아침이 찾아오고 있다.
이 영화는 친절하지 않다. 하지만 인생 자체가 원래 불친절한 매뉴얼 없는 게임 아닌가. 하야오 영감은 은퇴니 뭐니 하는 구질구질한 변명 대신, 우리 손에 툭 하고 돌멩이 하나를 쥐여주며 말한다. "자, 세상은 개판이고 내 탑은 무너졌다. 이제 니들이 알아서 살아라."
자, 그대들은 이제 어떻게 살 것인가?
다음화에서는 눈물샘 펑펑 터느리는 "추영우에게서 김재원의 리즈 시절을 보다? 넷플릭스 2026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를 보고에 안구 옹달샘 터진 사연" 에 대해 다룹니다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