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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퀴퀴함과 설렘이 뒤섞인 하루 한번의 오락실은 내게 있어 꽤 중요한 세계였고, '스트리트 파이터 2'는 그 세계를 지배하는 유일한 율법이었다. 서른대의 기계 중 스무대 정도가 그 게임이었다. 당시 우리는 나란히 앉아 서로의 숨소리를 들으며 레버를 당겼다. 패배는 곧 죽음이었다. 지금의 컴퓨터게임이나 플스 처럼 무한한 코인이 쏟아지는 친절한 시대가 아니었다. 어머니가 쥐여준 하루의 전 재산, 100원. 그것이 증발하면 나의 하루도 끝났다.
공략집 따윈 없었다. 누군가의 어깨너머로 훔쳐본 손동작 하나를 밤새 이불 속에서 복기하다, 다음 날 비장하게 동전을 넣어야만 했던 야만의 시대. 그래서 이른바 '얍쌥이'-가드 붕괴를 유도하는 비열한 무한 반복 공격-에 당해 전 재산을 잃는 날이면, 오락실은 피비린내 나는 작은 세렝게티가 되었다. 쌍욕이 오가고, 멱살이 잡혔다.
그날, '문갑'이라는 이름의 동네 형이 내게 패배했다. 그의 선택은 비열했다. 전원을 끄고 달아난 것이다.
검이 꺾였다고 격투의 장소를 통째로 불태워버린 격. 나의 100원, 나의 우주를 소멸시킨 자에게 자비란 있을 수 없었다.
며칠 뒤, 집 앞에서 우리는 마주쳤다.
"네가 그때 내게 뭐라 지껄였지?"
문갑의 음성은 차가웠다.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말은 필요 없었다.
주먹이 허공을 갈랐다. 짐승들의 춤이었다.
힘은 나의 우위, 체급은 그의 우위.
격식이 무너진 난전, 살과 살이 부딪히는 가운데 그의 팔이 내 목을 옥죄어 왔다. 헤드락이였다.
그때, 평생 단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기이한 공격이 들어왔다.
'콰직.'
그가 내 두피를 씹어버렸다.
머리가죽이 뜯겨 나가는 듯한 극통!. 그러나 머릿속엔 단 하나의 생각만이 섬광처럼 번쩍였다. '이 원수 놈을 이겨야 한다.' 내 양손은 본능적으로 그의 안면을 파고들었다. 열 손가락의 손톱에 남은 모든 생존 본능을 담아 움켜쥐었다.
"놔!"
"놔라!"
짧은 비명 끝에 서로가 떨어졌을 때, 문갑의 얼굴에는 붉은 선혈의 궤적이 선명하게 그어져 있었다.
며칠 뒤, 집 앞에서 우리는 마주쳤다.
"네가 그때 내게 뭐라 지껄였지?"
문갑의 음성은 차가웠다.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말은 필요 없었다.
주먹이 허공을 갈랐다. 짐승들의 춤이었다.
힘은 나의 우위, 체급은 그의 우위.
격식이 무너진 난전, 살과 살이 부딪히는 가운데 그의 팔이 내 목을 옥죄어 왔다. 헤드락이였다.
그때, 평생 단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기이한 공격이 들어왔다.
'콰직.'
그가 내 두피를 씹어버렸다.
머리가죽이 뜯겨 나가는 듯한 극통!. 그러나 머릿속엔 단 하나의 생각만이 섬광처럼 번쩍였다. '이 원수 놈을 이겨야 한다.' 내 양손은 본능적으로 그의 안면을 파고들었다. 열 손가락의 손톱에 남은 모든 생존 본능을 담아 움켜쥐었다.
"놔!"
"놔라!"
짧은 비명 끝에 서로가 떨어졌을 때, 문갑의 얼굴에는 붉은 선혈의 궤적이 선명하게 그어져 있었다.
머리의 끔찍한 통증이 서서히 가라앉는 것을 느끼며, 나는 흥분과 안도감을 맛보았다. 100원의 원수를 갚았다는 뿌듯함. 짐승의 세계에서 살아남았다는 증명. 어쩌면 그날의 피비린내는 소년이 남자로 넘어가는 거친 통과의례였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상처를 통해 서로의 존재를 각인시켰고, 오락실이라는 좁은 우주에서 나름의 철학을 완성했다. 비록 두피는 욱신거렸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시원한 사이다 첫 모금을 넘길 때처럼 청량한 바람이 불고 있었다.
하지만 진짜 비극은 언제나 한 박자 늦게, 그리고 아주 조용히 도착하는 법이다.
다음 날 아침, 내 입은 벌어지지 않았다. 턱이 움직이지 않았다. 문갑의 두피 물어뜯기 공격을 버텨내려 턱관절에 온 힘을 다해 이빨을 꽉 깨물었던, 그 저주받은 치악력이 문제였다. 평소 학업 스트레스로 이를 꽉 물던 습관에, 100원짜리 자존심을 건 사투가 화룡점정을 찍어버린 것이다.
참으로 얄궂은 시대였다. 당시 병원이라는 선택지는 우리에게 사치였다. 부모님들의 머릿속엔 오직 '공부'라는 맹목적 종교뿐이었고, "시간 지나면 다 낫는다"는 기적의 방목형 민간요법이 진리인 줄 알던 무식하고도 찬란한 90년대 아니었던가. 엑스레이 한 번 찍어보지 못한 채 방치된 내 턱관절은, 결국 그날 이후로 성장을 멈춰버렸다.
어이없지 않은가. 류가 파동권을 쏘고 켄이 승룡권을 날리던 그 시절, 나는 정작 내 하관의 미래를 가드조차 하지 못한 채 그대로 내어준 것이다.
100원짜리 동전 하나로 굴러가기 시작한 그날의 스노우볼은, 내 얼굴의 반쪽을 영원히 1990년도의 그 퀴퀴한 오락실에 가두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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