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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포해수욕장 캠핑장과 쾌적하게 즐기는 노하우 | 유목적 시선 #07

[거절과 거리 두기의 미학] 인간관계 멀어지는 과정 | 담덕 실록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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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덕 실록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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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이라는 존재

사실 네 위로 형이 있었다" 아픔 속 드러난 비밀

어쩌면 나는, 존재하지 않는 환상통(Phantom Limb)을 앓으며 살아온 것인지도 모른다 .

비가 내리기 직전의 눅눅한 공기 속에서 문득 낯선 이질감을 느낄 때가 있다. 내 곁에 당연히 있어야 할 무언가가 결여되어 있다는, 설명하기 힘든 본능적인 감각. 그것은 아주 어릴 적부터 내 안에 조용히 웅크리고 있던 ‘형’이라는 존재에 대한 막연한 갈망이었다. 내게는 친형이 없었지만, 이모의 아들인 이종 사촌 형이 그 빈자리를 완벽하게 메워주었다. 형은 내 세계의 듬직한 지붕이었고, 나는 그 아래서 비를 피하며 형을 우상처럼 따랐다.

시간이 흘러 어른이 되고,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된 어느 날, 어머니는 수십 년간 굳게 닫아두었던 비밀의 문을 열었다. "사실은 네 위로 형이 있었단다." 집안의 반대라는 벽 앞에서, 젊고 나약했던 어머니가 첫째를 가질수 없었던 결정.
원래대로라면 내게는 1977년생 친형이 있었을 것이라는 그 먹먹한 고백은, 내 유년 시절의 환상통이 결코 착각이 아니었음을 증명했다.

그 고백이 내게 닿은 타이밍 또한 절묘했다. 나 역시 곁에 올 수있던 인연을 우주의 일부로 돌려보내야 했던 직후였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당신의 가장 깊은 상처를 꺼내어, 아들의 마음을 지혈해 주고 싶으셨던 거다. 우리는 시대를 건너뛰어 상실이라는 거대한 평행우주 속에서 서로를 마주 보았다.

하지만 삶이라는 것은 결코 서정적인 시(詩)로만 흘러가지 않는다.

내가 맹목적으로 따랐던 우상, 그 (막내 이모쪽)사촌 형이 밤 업소에 발을 들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 무렵, 그는 내게 큰 돈을 요구했다. 사업 자금 투자 명목이고 단기간 갚는다는 명목이었지만, 실상은 나의 순수한 신뢰를 담보로 잡아 자신의 욕망에 탕진해 버린 사건이었다. 돈을 모두 날리고 "나도 사기당했다"며 내 앞에서 펑펑 울던 형의 모습. 담보를 제공해 주고 일부 금액을 갚은 후 사정사정하길래 남은 담보를 풀어주었더니, 그는 내 결혼식에도 나타나지 않고 전화번호마저 지워버린 채 영영 증발해 버렸다.

형의 눈물은 미안함이었을까, 아니면 비겁한 안도감이었을까. 나는 맥주 한 캔을 따며 어두워진 창밖을 바라본다. 환상통은 끝났다. 내 안의 우상은 그렇게 스스로 떠나며 완벽하게 붕괴했다.

인간 본성이라는 시장의 냉혹함

우리는 삶의 근본적인 원리를 마주할 때, 종종 감정이라는 렌즈를 벗어던져야만 진실을 볼 수 있다.

우선, 생명과 상실의 문제부터 보자.
만약 우주가 일정한 에너지의 총량을 가지고 있고, 조건이 맞을 때 육체와 영혼이 결합하는 시스템이라면 어떨까. 그렇다면 1977년에 태어나지 못한 형의 영혼은, 순서가 조금 밀려 지금의 '나'로 태어난 것일지도 모른다. 어머니가 평생 안고 살았던 죄책감은, 결국 나라는 존재를 통해 이미 완벽하게 구원받은 셈이다. 마찬가지로 내 상황 역시 우주의 거대한 대기열 속에서 다음 타이밍을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상실은 비극이 아니라, 그저 '순서의 유예'가 된다. 마음이 한결 고요해진다.

하지만, 살아 숨 쉬는 인간들의 물리적 세계는 이토록 다정하지 않다. 사촌 형의 행동을 깊이 들여다보자. 왜 사람들은 은행의 문을 두드리지 않고, 굳이 가족과 지인에게 돈을 빌려달라고 손을 벌릴까? 은행의 시스템은 냉정하다. 철저한 신용 평가와 담보를 요구한다. 하지만 다른 목적이나 책임감 없는 시람들은 본능적으로 안다. 시스템의 방화벽을 뚫는 것보다, 나를 무방비 상태로 믿어주는 사람을 설득하는 것이 훨씬 가성비가 좋다는 사실을.

투자 시장에서 레버리지를 극대화하다 증거금이 바닥나면 얄짤없이 마진콜(Margin Call)이 발생하듯, 인간관계 역시 마찬가지다.

사촌 형은 '어릴 적부터 나를 따랐던 동생의 정(情)'이라는 무형의 자산을 레버리지 삼아 가장 값싼 대출을 끌어다 쓴 것이다. 희소성 있는 재화(돈)를 획득하기 위해 최소한의 노동이나 가치 교환 대신, 타인의 심리적 약점을 파고드는 인간 본성의 지독한 구조적 결함을 이용한것이다. 그가 펑펑 울었던 이유는 내게 미안해서도 약간있겠지만, 자신의 밑바닥이 드러난 것에 대한 값싼 수치심이자, 더 이상 빼먹을 신뢰의 증거금이 남아있지 않다는 자조때문이었을 것이다.

인간 본성과 정서적 담보 역학

우리가 사회를 살아가며 반드시 뼈에 새겨야 할, 인간 본성과 돈의 씁쓸한 교집합을 정리해 본다.

정서적 볼모의 원리: 개인이 개인에게(특히 서민이 서민에게) 돈을 요구하는 행위는, 자신의 금융 리스크를 상대방의 인생에 전가하는 행위다.
그들은 당신의 지갑을 노리는 게 아니라, "내가 거절하면 이 관계가 깨지겠지?"라며 전전긍긍하는 당신의 '두려움'을 담보로 잡는다.


  • 화폐는 아바타일 뿐, 본체는 탐욕이다: 조개껍데기든, 비트코인이든, 지폐든 상관없다. 교환가치를 지닌 재화가 존재하는 한, 정당한 땀방울 대신 타인의 신뢰를 착취해 에너지를 보존하려는 얄팍한 기회주의자들은 어느 시대에나 존재한다.

  • 눈물의 기만성: 돈을 잃고 우는 채무자의 눈물에 속지 마라. 그것은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본능적인 방어기제이자, 상대의 동정심을 유발해 마지막 남은 법적·도의적 책임마저 털어내려는 '동정심 레버리지'에 불과하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이쯤에서 누군가는 내게 이렇게 충고할지 모른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세상을 너무 차갑고 계산적으로 보는 거 아닙니까? 삭막하게 선 긋고 살면 외로워서 어떻게 살려고요.
친척끼린 어느 정도 돕고 사는 게 인지상정이죠."

일정부분 맞긴하다. 하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피(혈연)'라는 것은 은행의 깐깐한 신용조회를 우회하기 위해 발급받은 '가장 악질적인 프리패스'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다. 누군가 말하는 그 알량한 '인지상정'과 '따뜻함' 때문에 얼마나 많은 평범한 가정들이 빚보증과 사기로 길거리에 나앉았는가?

무작정 사람을 믿고 경계 없이 퍼주는 것은 따뜻한 게 아니라, 그저 게으르고 나약한 것이다. 타인에게 미움받을 용기가 없어서, 거절하는 순간의 그 어색한 공기를 견디지 못해서 내 가족의 생존권이 달린 자산을 덜컥 넘겨주는 행위. 그것은 선량함이 아니라 나의 진짜 소중한 사람(아내와 아이)에 대한 직무유기다.

진짜 긍정적 삶은 역설적으로 '완벽하게 차가운 콘크리트 벽'을 세울 줄 아는 사람만이 누릴 수 있다고본다. 내가 사촌 형에게 담보를 해지해 주고 남은 돈을 포기한 것은 내가 호구여서가 아니다. 그것은 손실을 '내 인생에서 치른 예방접종 비용'으로 퉁치고, 내 멘탈과 일상을 지켜내기 위한 망각이었을거다. 선을 긋는다는 것은 사람을 미워하겠다는 뜻이 아니다. 내 안의 따뜻한 화롯불이 밖에서 불어오는 거친 바람에 꺼지지 않도록, 견고한 벽돌을 쌓아 올리는 치열하고도 숭고한 사랑의 방식이다.

티 안 나는 '안전거리' 확보를 위한 사회적 훈련법

관계의 단절이 아닌, 상호 안전을 위한 '거리 조절(Micro-adjustment)'의 실전 기술이다. 상대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으면서도 내 방어벽을 사수하는 구체적 방법론을 제시한다.

'나'를 지우고 '시스템'을 내세워라 (부드러운 콘크리트):

돈을 빌려달라는 요청이 오면 "너라서 안 빌려줘"가 아니라 "내 시스템이 막혀 있어"라는 맥락으로 답해야 한다. 표정은 아쉽게, 말은 단호하게.

(예: "형님, 제가 예전에 돈 문제로 크게 데인 적이 있어서, 그 이후로 가족 간에도 돈거래는 절대 안 합니다. 하늘이 두쪽나도 이제는 안 합니다. 죄송합니다.")

감정적 디커플링 (Decoupling):

거절당한 상대가 짓는 무안한 표정이나 섭섭한 말투에 부채감을 느끼지 마라. 선을 넘은 것은 그 사람이고, 그 어색함은 그 사람이 감당해야 할 몫이다. 타인의 감정 쓰레기통을 내 거실로 들여놓지 마라.

정보의 비대칭성 유지 (TMI 방지):

자신의 재산 상태, 여유 자금, 부동산 투자 계획 등을 지인이나 친척에게 가볍게 떠벌리지 마라. 인간은 타인의 여유를 보는 순간, 무의식적으로 그것을 '공유재'로 착각하는 인지적 오류를 범한다. 적당한 안개 속에 나를 숨겨두는 것이 방어 운전의 기본이다.


타인과 어색해짐을 감당할 용기가 없는 자는, 필연적으로 자신의 통장과 영혼을 통째로 털릴 확률이 높게되어 있다.

비가 그친 밤하늘을 올려다본다. 우주는 우리의 얄팍한 계산이나 촌스러운 배신 따위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 그저 묵묵히 에너지를 순환시키고, 흩어진 영혼들의 순서를 배열하며 거대한 질서를 유지할 뿐이다.

1977년에 오지 못한 형은 내 안에서 숨을 쉬고 있고, 잠깐 유예된 나의 일부는 우주의 어느 대기실에서 나와 다시 만날 가장 완벽한 계절을 고르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를 기망하고 멀어진 사촌 형은, 지금쯤 또 다른 누군가의 선량함을 이용 할수도, 스스로의 영혼을 조금씩 소모하고 있을수도겠지. 알 수는 없지만 '잘 지내길 바랍니다'.

나는 사람의 본성을 보았고, 바닥을 쳤고, 그리고 살아가고있다. 인간에 대한 환상은 진작에 깨졌지만, 역설적으로 그렇기 때문에 곁에 남아있는 이 소박한 일상과 진짜 가족이 얼마나 기적적인 확률로 유지되고 있는 것인지 깨닫게 되었다.

나는 다시 차가운 맥주 한 모금을 삼킨다.

세상은 여전히 위험할수도, 인간은 때론 이기적일 수도 있지만, 내 주변에는 이제 내가 직접 세운 투명하고도 단단한 벽이 존재한다. 그 벽 안쪽에서 피어오르는 온기는 오직 내가 선택한, 나를 진정으로 아끼는 이들에게만 허락된 것이다. 그것이 내가 이 기만적인 세상과 우주의 순리 속에서 찾아낸, 가장 솔직하고 과감한 생존법이다.



*본 포스팅은 개인적인 관찰과 주관적인 해석을 바탕으로 작성된 에세이입니다. 과거 상황과 현재는 다를수 있으며 이 글은 과거의 일화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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