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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다큐 추천, 고시엔 리더십과 오타니 마인드셋 | 비평과 비명사이 #07

이 글은 '비평과 비명사이' 시리즈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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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과 비명사이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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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구장 고시엔

넷플릭스 다큐 추천 | 야식 라면 먹다 발견한 고시엔 다큐멘터리

시계 바늘이 밤 11시를 넘어가면, 도시의 소음은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오직 가스레인지 위에서 물이 끓어오르는 백색소음만이 공간을 채운다. 양은냄비 앞에서 안성탕면의 포장지를 뜯으며 주황색 바탕에 정직하게 쓰인 글씨를 바라본다. 이 라면의 구조는 참으로 단순한 구석이있다. 화려한 건더기 스프 따위는 배제된, 오직 면과 분말 스프라는 지극히 미니멀리즘적인, 혹은 허접하기 짝이 없는 이원적 세계. 나는 이 단조로운 세계에 나만의 균열을 내기로 한다. 냉장고 구석에서 신김치를 꺼내 도마 위에 올리고 아주 얇고 정교하게, 마치 스윙 폼을 교정하는 타자처럼 신중하게 채를 썬다. 끓는 물에 면과 스프를 넣고, 붉고 시큼한 김치 국물을 두 숟가락 반 정도 흘려 넣는다. 면발이 공기와 마찰하며 꼬들꼬들해지는 동안, 나는 티비 화면을 스크롤하며 넷플릭스의 심해를 부유한다.

세상에는 너무 많은 콘텐츠가 있고, 나의 피로한 뇌는 선택의 책임을 회피하려 든다. 좀비가 튀어나오는 자극도, 남녀가 엇갈리는 달콤함도 지금의 나에겐 소화불량이다. 그러다 문득 멈춰 선 곳.
"꿈의 구장 고시엔". 땀과 흙먼지, 그리고 빡빡 깎은 머리의 소년들이 울부짖는 섬네일. 그래, 오늘은 이거다. 나는 커스텀 된 붉은 안성탕면이 담긴 냄비를 식탁으로 옮기며 재생 버튼을 누른다. 면발을 한 입 후루룩 빨아들일 때, 100번째 여름을 맞이한 고시엔 구장의 사이렌이 웅장하게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꿈의 구장 고시엔 다큐 리뷰 | 두 감독이 말하는 성장의 조건


안성탕면이 면과 스프라는 가장 기본적인 재료로 승부하듯, 다큐멘터리 속 일본 고교 야구의 세계 역시 지독하게 원초적이다. 흙, 배트, 공, 그리고 10대 소년들의 땀. 영화는 이 단조로운 재료를 가지고 어떻게 '어른'이라는 요리를 완성해 내는지를 묵묵히 응시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라면을 끓이는 방식이 전혀 다른 두 명의 요리사, 아니 두 명의 감독이 있다.

요코하마 하야토 고교의 미즈타니 감독은 전통적인 조리법을 고수하는 사내다. 전원 삭발, 군대식 구보, 자로 잰 듯한 장비 정렬. 그에게 야구란 기술을 연마하는 스포츠가 아니라, 끓는 물의 고통을 견디며 면발을 단련하는 '수행'의 과정이다.

반면 그의 제자이자 하나마키 히가시 고교의 사사키 감독은 나처럼 라면에 김치 국물을 타는 혁신가다. 그는 삭발을 폐지하고, 스마트폰으로 투구 폼을 분석하며, 무조건적인 복종 대신 자율이라는 새로운 스프를 첨가한다.

이 둘의 대립은 표면적으로는 '전통 대 혁신'이라는 진부한 구도를 띠는 듯 보이지만, 면발이 목구멍을 타고 넘어갈 즈음 나는 깨닫게 된다. 사사키의 자율성이라는 것은 결국 미즈타니가 구축해 놓은 지독한 규율과 예절이라는 단단한 냄비 안에서만 유효하다는 것을. 사사키는 전통을 파괴한 것이 아니라, 시대의 입맛에 맞게 레시피를 살짝 비틀었을 뿐이다. 이것은 야구에 관한 다큐멘터리가 아니다.
불완전한 소년들이 어떻게 자신의 에고(Ego)를 다스리고 세상과 관계 맺는 법을 배우는지에 대한, 가장 치열하고 뜨거운 인류학적 보고서다.
두 감독이 말하는 성장의 조건

고시엔 다큐에서 배우는 리더십·자기계발 3가지 인사이트

젓가락을 내려놓고 나는 메모장을 켠다. 이 다큐멘터리에는 단순히 "열심히 하자"는 식의 구호를 넘어, 우리의 일상과 조직, 나아가 삶의 태도에 즉각적으로 이식할 수 있는 실용적인 통찰이 빽빽하게 담겨 있다.

리더십의 '분재(盆栽) 모델' : 강제와 자율의 완벽한 타이밍

사사키 감독이 분재를 대하는 태도는 모든 리더와 부모가 외워야 할 현대 교육학의 마스터피스다.

1단계 (철사 감기): 어린나무의 뼈대를 잡기 위해서는 철사로 감는 '강제성'이 필수다. 이때의 강제는 폭력이 아니라 올바른 방향을 향한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이다. 기본기, 예의, 공동체의 룰이 여기에 해당한다.

2단계 (철사 풀기): 일정 궤도에 오르고 나무가 스스로 성장할 힘을 얻는 순간, 리더는 과감하게 철사를 풀어주어야 한다. 억압이 지속되면 나무는 기형이 되거나 성장을 멈춘다. 오타니 쇼헤이라는 거목을 키워낸 비밀은, 천재의 크기를 가늠하고 자신의 철사를 일찍 풀어버린 사사키의 '겸손한 자율성'에 있었다.
리더십의 분재 모델

행동의 메타인지 : 타인의 '운(運)'을 줍는 철학

오타니가 고교 시절 썼다는 야구일지와 쓰레기 줍는 습관은 이제 너무나 유명하지만, 우리는 그 본질을 오독해선 안 된다.

-쓰레기를 줍는 행위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타인이 버린 운을 내가 줍는다" 라고 생각하는 그 '메타인지(Meta-cognition)'의 전환이 핵심이다. 가장 지루하고 남들이 꺼리는 허드렛일을, 나의 운명을 개척하는 주술적이고 철학적인 행위로 승화시키는 것. 이것이 일본 고교 야구가 말하는 진정한 '곤조(근성)'의 실체다.

시각적 통제가 멘탈을 지배한다 : 오와 열의 미학

미즈타니 감독 팀의 헬멧과 가방이 강박적일 정도로 정렬된 모습을 보며 우리는 흔히 '군국주의의 잔재'라며 혀를 찰 수도 있다. 하지만 뇌과학적, 심리학적 관점에서 이는 가장 효율적인 멘탈 관리법이다.


외부의 물리적 환경을 완벽하게 통제하고 정돈하는 행위는, 요동치는 10대들의 내면을 가라앉히는 가장 직관적인 스위치다. 복잡한 문제를 마주했을 때 우리는 책상부터 정리하지 않던가. 이들은 야구를 하기 전, 자신의 주변을 정렬함으로써 스스로의 감정과 이성을 영점 조준하고 있는 것이다.
타인의 운 줍기

한국 교육 vs 일본 고교야구 | 우리 아이들에게 없는 한 가지

자, 이제 국물도 바닥을 보이고 마음도 덥혀졌으니, 매너를 좀 갖추되 진짜 이야기를 해보자.

사람들은 이 다큐멘터리를 보며 빡빡머리 소년들의 군대식 구보를 비웃을지도 모른다. "저건 학대야. 21세기에 곤조가 웬 말이냐"라며 혀를 찰 것이다. 맞다, 보기 불편한 구석이 분명히 있다. 하지만 과연 대한민국의 21세기 교육은 저들보다 우월한가? 여기서 우리는 뼈아픈 진실을 마주해야 한다.

우리는 신체의 자유를 억압하는 삭발을 야만적이라 조롱하면서도, 아이들의 영혼을 밤 11시까지 대치동 학원가에 욱여넣는 정신적 삭발은 '사랑'과 '미래'라는 이름으로 포장한다. 일본의 야구부 아이들은 섭씨 35도의 폭염 속에서 스스로 선택한 공을 쫓으며 구르고 깨진다. 반면 우리의 아이들은 에어컨이 빵빵하게 나오는 무균실 같은 독서실에서, AI가 0.1초 만에 해낼 지식들을 뇌 속에 넣느라 척추가 휘어간다.

가장 치명적인 차이는 바로 '눈물의 소유권'에 있다.

고시엔에서 패배한 아이들은 펑펑 울며 구장의 흙을 주머니에 주워 담는다. 왜 우는가? '내'가 온몸을 바친 '나의 야구'가 끝났기 때문이다. 그 좌절과 실패의 경험은 온전히 그들의 소유다. 그들은 10대의 한복판에서 완벽한 패배를 맛보고, 그것을 흙과 함께 쓸어 담아 다음 생의 챕터로 나아갈 회복탄력성을 얻는다.

그런데 우리의 교육에는 실패할 권리가 없다. 수능에서 미끄러진 아이들이 흘리는 눈물은 자신의 꿈이 꺾였기 때문이 아니라, 부모님의 기대와 사회의 시선이라는 거대한 압박에 짓눌린 공포의 눈물이다. 우리는 과정을 생략한 채 오직 성적이라는 결과만 쫓느라, 아이들에게서 '건강하게 넘어지고 스스로 털고 일어나는 근육'을 모조리 제거해 버렸을지도 모른다. 규율을 가르치기 귀찮으니 학원에 외주를 줘버렸고, 자율이라는 명목하에 아이들을 방임하다가 성적이 떨어지면 그제야 회초리를 든다.

미즈타니 감독의 군대식 훈련이 정답이라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그들에게는 스승과 제자가 땀으로 엉겨 붙는 '연대'가 있고, 희생을 통해 공동체의 가치를 배우는 '과정'이 있다. 결과를 위해 과정을 모조리 생략해 버린, 그래서 단 한 번의 실패로 인생이 끝났다고 믿게 만드는 대한민국의 기형적인 교육 시스템이 고시엔의 저 흙먼지 나는 진흙탕보다 과연 위대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우리는 육체의 자유를 얻은 대신, 멘탈의 약화를 구축했을 뿐이다.
한국과 일본의 교육 차이

고시엔이 전하는 위로 | 오타니 쇼헤이 마인드셋을 평범한 직장인에게 적용하는 법

다소 무거운 상념이 공기를 짓누르지만, 괜찮다. 냄비 바닥에 남은 신김치 조각과 면발 몇 가닥을 마저 건져 먹으며 나는 피식 웃음을 터뜨린다.

뭐, 어쩌겠는가. 내가 지금 당장 대한민국의 교육부 장관이 될 것도 아니고, 대치동 한복판에서 꽹과리를 치며 아이들에게 시위할 것도 아니다. 나는 그저 내일 아침 다시 회사라는 나의 작은 고시엔으로 출근해, 어떻게든 일을 쳐내야 하는 평범한 직장인일 뿐이다.

하지만 오늘 밤, 이 다큐멘터리와 훌륭하게 커스텀 된 안성탕면이 나에게 작은 위로를 건넨 것은 분명하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미즈타니 감독처럼 무식하게 땀을 흘리며 버텨야 하는 날도 있고, 사사키 감독처럼 힘을 빼고 유연하게 상황을 비틀어야 하는 날도 있는 법이다. 중요한 건, 오타니 쇼헤이처럼 위대한 홈런 타자가 되진 못하더라도, 내 인생이라는 구장에 떨어져 있는 작은 쓰레기 하나쯤은 묵묵히 주머니에 챙겨 넣는 쿨한 어른으로 늙어가야겠다는 다짐이다. 그것이 타인이 버린 운을 줍는 일이든, 혹은 내일의 나를 위한 작은 배려든 말이다.

찬물을 틀어 빈 냄비를 헹궈낸다. 쏴아아- 하는 물소리가 여름날 고시엔 구장에 내리는 소나기 소리처럼 경쾌하다. 나쁘지 않은 수요일 밤이다.

패배했을 때 주머니에 쓸어 담을 나만의 고시엔 흙이 없다면, 그런 삶은 아직 물도 붓지 않은 안성탕면과 같을거다.
직장인을 위한 마인드셋

*본 포스팅은 다큐 감상 후 개인적인 관찰과 주관적인 해석을 바탕으로 작성된 에세이입니다.

출처 목록 (Reference URLs)


1.(https://www.netflix.com/title/82667075)

2.(https://japanball.com/articles-features/book-film-reviews/koshien-japans-field-of-dreams-ema-ryan-yamazaki/)

3.(https://www.mlb.com/news/japan-s-koshien-tournament-featured-in-documentary)

4.(https://www.baseballjapan.org/system/prog/news.php?l=e&i=2051)

5.(https://seeingthingssecondhand.com/2021/10/21/koshien-japans-field-of-dreams-2019/)

6.(https://www.japanspeakerbureau.com/en/speakers/hiroshi-sasaki/)

7.(https://screenfish.net/koshien-japans-field-of-dreams/)

8.(https://islandtimes.org/shohei-ohtani-is-made-in-japan-with-american-adaptations/)

9.(https://tucson.com/sports/baseball/article_ce8599e8-08a4-5944-8e8a-f8ee4a94227d.html)

10.(https://quasa.io/media/the-64-square-blueprint-that-created-shohei-ohtani)

11.
주간조선 - 다른 사람이 무심코 버린 운을 줍는 것

12.(https://www.jneurosci.org/content/31/2/587)

13.(https://pubmed.ncbi.nlm.nih.gov/21228167/)

14.(https://reachlink.com/advice/anxiety/clutter-and-anxiety/)

15.
신동아 - 대치동 학원가와 청소년 우울증

16.(
https://www.isdp.eu/is-academic-pressure-declining-mental-health-the-new-normal-for-south-korean-youth/)

17.(
https://apnews.com/article/ap-top-news-high-school-baseball-sports-asia-mlb-virus-outbreak-3cffb0f80c291d9aa8e59fa2beba9504)

18.(
https://www.trine.edu/academics/centers/center-for-sports-studies/blog/2021/mental_toughness_the_key_to_athletic_success.aspx)

19.
헬스조선 - 성인 된 '대치 키즈', 과도한 학업 스트레스

20.(
https://balanceisbetter.org.nz/how-to-help-athletes-with-failure/)

21.(
https://www.icwa.org/south-korean-students-struggle/)

22.(
https://lkyspp.nus.edu.sg/gia/article/improving-youth-mental-health-in-south-korea)

23.(
https://www.youtube.com/watch?v=YBmmjBdyh5o)

24.(
https://learningenglish.voanews.com/a/young-japanese-baseball-players-take-home-special-prize-dirt/547582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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