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마라케시 45도 열기 속 메디나·우리카·아가파이 쿼드바이크 완전 정복 | 유목적 시선 #03


유목적 시선 시리즈 
사하라의 관문 마라케시

사하라의 관문 마라케시

모하메디아에서 마라케시로 향하는 3시간 남짓의 열차. 창밖으로 끝없이 펼쳐지는 붉고 마른 자갈 사막은 단순한 불모지가 아니었다. 그 바싹 마른 흙먼지 속에서 방목되는 가축들과, 물기 하나 없어 보이는 땅을 기어코 뚫고 나온 수박과 멜론의 농밀한 단맛. 인간과 자연이 벌이는 이 극한의 생존 게임이 만들어낸 산물은 경이로움 그 자체다. 기차를 타고 사막을 횡단하며 그 지독한 생명력을 두 눈으로 목격하는 것, 그것은 인생의 스크린에 영구적으로 각인될 만한 거대한 다큐멘터리다.
알 아틀라스 트레인
사막을 보며 마라케시로 향하는 횡단열차 알 아틀라스 (AL Atlas)
마라케시 사막
뿌연 창문사이로 보이는 붉은 토양의 사막
마라케시 역
이국적 풍경의 마라케시역 
마라케시 역 외관
한 세시간 가까이 달려온듯하다. 마라케시역 외관

하지만 낭만은 마라케시 메인 광장에 발을 딛는 순간, 작열하는 45도의 태양 아래서 바싹 타버린다. 지면의 반사열과 건물들이 뿜어내는 복사열까지 합치면 체감 50도는 가뿐히 넘긴다. 한국의 35도 더위? 그건 차라리 스팀 사우나의 애교다. 이곳은 지독하게 건조하다. 그래서 쾌적한 듯한 착각을 주지만, 볕 아래 서 있으면 햇빛이 피부를 말 그대로 '구워' 버리는 따가움이 남는다. 

신드바드의 모험에 나올 법한 거대한 중세 미로, 메디나? 환상은 오토바이 매연 냄새와 함께 산산조각 난다. 커피숍 앞의 밥 말리와 조니 뎁을 닮은 이들에게 말을 걸 여유 따윈 없다. 살기 위해 이 매캐하고 혼란스러운 마차와 오토바이의 아수라장을 뚫고 숙소로 피신해야만 하니까.
마라케시 광장 골목
마라케시 광장 골목
마라케시 광장
마라케시 광장
마라케시 광장

숙소 리야드
뜨거운 햇빛 차단을 위해 내부 창문의 거의 없거나 중정을 향해 작게 나있음.

미로 깊숙한 곳, 리야드(Riad)에 숨어들고 나서야 나는 깨달았다. 영화 세트장에서나 입을 법한, 두께를 가늠할 수조차 없는 그 무식한 가죽 롱코트를 45도 불가마 속에서 차마 살 엄두를 내지 못했던 나의 얄팍한 합리성이 못내 원망스럽다. '이 날씨에 미쳤다고 가죽을 사?'라고 비웃었지만, 막상 돌아오고 나니 그 과하고 부담스러운 코트가 미치도록 눈에 밟힌다. 낮의 살인적인 폭염을 견디고 코브라와 타진 요리 냄새가 뒤엉킨 밤의 불야성을 마주하고 나면, 이 도시에서는 논리나 이성 따위보다 닥치는 대로 부딪히는 직관이 정답이라는 걸 뒤늦게 인정할 수밖에 없다. 결국 모로코는 50도의 태양으로 당신의 발등을 바싹 굽고 매연 냄새로 환상을 깨부순 뒤, 밤이 되면 옥상 너머 낯선 이들과의 유쾌한 노래 배틀로 당신의 뒤통수를 후려치는 미친 낭만의 도시다.
내가 좋아하는 타진 요리

마라케시 사장 내부는 다국적 사람들이 모인다
마차가 도로에만 다니는게 아니다. 리아드 미로속까지 돌아다니더라
모스크 앞에서 오렌지 쥬스 한잔!

압도적 포스의 마라케시 광장앞 모스크

이후 택시를타고 약40km 정도 우리카 마을로 이동했다. 조각난 붉은 돌덩이들이 아슬아슬하게 점령한 아틀라스 산맥, 그 척박함 속에서도 꿋꿋이 터를 잡은 우리카 마을의 생명력. 나무 그늘 아래서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맛보던 타진과 샐러드의 향연.







다시 마라케시로 돌아와 아가파이 돌사막에서 거친 자갈과 모래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15세 소년과 프랑스인들과 함께 50도의 열풍을 가르던 사륜바이크의 질주. 그리고 그 뜨거운 질주 끝에 베르베르 텐트에서 들이켰던 따뜻하고 달콤한 민트 티 한 잔.




















건물 사이로 아내가 던진 "웰컴 투 모로코!"라는 경쾌한 인사에 옆 건물 스페인 여행객들이 노래로 화답하던 그 로맨틱한 밤까지. 이 모든 극단적인 온도차와 냄새, 거친 질감이 모로코를 평생 지워지지 않을 선명한 화상 자국처럼, 그러나 내 삶의 가장 매력적이고 강렬한 흉터로 남겨 놓았다.









마라케시 & 사막의 관문 투어 핵심 기록

-이동 (모하메디아 → 마라케시): ONCF 직행 열차(약 3시간). 척박한 사막 지형 속에서 일궈내는 경이로운 농업 풍경 감상.
-마라케시 메디나 & 리야드: 체감온도 50도에 육박하는 살인적 건조함. 오토바이 매연과 중세의 골목이 공존하는 아수라장이지만, 밤이 되면 광장은 불야성을 이루고 리야드의 옥상은 완벽한 로맨스로 변모함. (가죽 제품의 퀄리티와 스케일이 압도적이니 직관이 이끄는 대로 구매할 것)
-우리카 계곡: 아틀라스 산맥의 붉고 거친 돌산 풍경.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즐기는 타진 요리와 여유.
-아가파이 사막 쿼드 바이크: 고운 모래가 아닌 거친 자갈과 모래바람을 뚫는 50도의 열풍 질주. (선크림 필수) 투어 중간 베르베르 텐트에서 즐기는 전통 민트 티와 휴식이 압권.


이전 글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방송국 프리랜서 현실 : 카메라 감독 6년 차의 위장 도급 생존기 | 담덕 실록 #26

[거절과 거리 두기의 미학] 인간관계 멀어지는 과정 | 담덕 실록 #25

영화 파이트 클럽 결말 해석 줄거리: 반전 영화가 전하는 의미 | 비평과 비명사이 #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