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덕 실록 시리즈
3조 2교대 주주야야휴휴의 실체:
삼성 에스원 요원이 24시간 ‘루핑’의 늪에서 빠져나온 이유
데자뷔, 우리는 때론 출발선으로 다시 돌아온다
군대 가기 전 물류 까대기를 하던 군포 복합물류센터. 제대 후, 이상하게도 나는 완전히 같은 공간의 공기를 마시고 있었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작업복의 로고가 에스텍이라는 낯선 이름으로 바뀌었다는 것뿐. 말하자면, 컨베이어 벨트 위를 구르던 택배 상자에서 그 상자들이 굴러가는 거대현장을 지키는 문지기로 위치만 살짝 옮긴 셈이다. 어디선가 오래된 영화 음악이라도 흘러나올 것 같은, 참으로 시네마틱한 우연이다.
하지만 까놓고 이 상황을 직시해 보자. 사회라는 거대한 시스템은 갓 제대한 건장한 청년들을 결코 낭비하지 않는다. 군포 복합물류센터라는 거대한 혈관은 값싸고 싱싱한 노동력을 끊임없이 필요로 했고, 나는 단지 '까대기'라는 육체노동 1단계에서 '경비 보안'이라는 육체노동 1.5단계로 아주 미세한 변동이 왔을 뿐이다. 시스템의 입장에서는 참으로 가성비 좋은 회전문이다. 젊음이라는 에너지를 축적한 청년이 다른경로를 통해서지만 제 발로 다시 그 톱니바퀴 속으로 걸어 들어왔으니 말이다. 나는 그곳에서 몇 해를 보내며 생각했다. '이곳보다는 조금 더 세련되고, 조금 더 미래가 있는 곳으로 가야 하지 않을까?' 인간이란 참으로 어쩔 수 없는 존재여서, 언제나 자신이 딛고 있는 진흙탕 밖의 세상은 대리석 바닥일 거라는 우아한 착각을 하며 살아간다.
세콤 입사시 특전사 출신 입사 동기들이 전부 캡스 면접장에서 봤던 친구들이었다, 그렇게 다들 반짝이는 '삼성' 계열의 세콤을 선택했다. 1등 기업의 뱃지를 단다는 것. 그것은 20대의 수컷에게는 꽤나 달콤한 승리감이었을 것이다. "그래, 이왕 뛸 거면 가장 큰물에서 놀아야지"라며 나는 내 선택을 자랑스러워했다.
하지만 이 대목에서 우리는 유쾌하게 현실을 한 번 뒤집어 볼 필요가 있다. 특전사와 해병대 출신의 이른바 '최상위 포식자'들을 모아놓고 달리기와 턱걸이를 시키는 조직의 진짜 속내가 무엇이었을까? 그건 당신이 얼마나 스마트한 보안 요원인지를 보는 게 아니라, "이 녀석이 앞으로 쏟아질 살인적인 철야와 육체적 갈아 넣기를 얼마나 잔고장 없이 버텨낼 수 있는 기계인가"를 테스트하는 내구도 측정에 불과했다. 나는 그 내구도 테스트에서 'AAA' 등급을 받았다고 기뻐하며, 가장 가혹한 착취의 용광로 속으로 씩씩하게 걸어 들어간 것이다. 참으로 눈물 나게 긍정적이고 유쾌한 청춘의 촌극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까놓고 이 상황을 직시해 보자. 사회라는 거대한 시스템은 갓 제대한 건장한 청년들을 결코 낭비하지 않는다. 군포 복합물류센터라는 거대한 혈관은 값싸고 싱싱한 노동력을 끊임없이 필요로 했고, 나는 단지 '까대기'라는 육체노동 1단계에서 '경비 보안'이라는 육체노동 1.5단계로 아주 미세한 변동이 왔을 뿐이다. 시스템의 입장에서는 참으로 가성비 좋은 회전문이다. 젊음이라는 에너지를 축적한 청년이 다른경로를 통해서지만 제 발로 다시 그 톱니바퀴 속으로 걸어 들어왔으니 말이다. 나는 그곳에서 몇 해를 보내며 생각했다. '이곳보다는 조금 더 세련되고, 조금 더 미래가 있는 곳으로 가야 하지 않을까?' 인간이란 참으로 어쩔 수 없는 존재여서, 언제나 자신이 딛고 있는 진흙탕 밖의 세상은 대리석 바닥일 거라는 우아한 착각을 하며 살아간다.
맹수는 사냥꾼의 덫에 걸린걸 인지한다
그래서 지원한 곳이 보안업계의 양대 산맥, 세콤과 캡스였다. 모집 시기가 절묘하게 겹쳤고, 나는 마치 쇼핑몰에서 운동화를 고르듯 두 곳에 모두 이력서를 밀어 넣었다. 체력 테스트 날. 왕복 달리기, 100미터 달리기, 5킬로미터 달리기, 그리고 턱걸이. 체육교육학 입시때 해봐던 그 테스트들은, 솔직히 말하자면 제대하고 나온 내게는 일요일 아침에 마시는 한 잔의 미지근한 물처럼 싱겁고 쉬운 일이었다. 호흡은 전혀 흐트러지지 않았고, 근육은 완벽한 타이밍에 팽창하고 수축했다. 당연히 최상위 퍼포먼스를 냈고, 두 곳 모두 합격증을 내밀었다.세콤 입사시 특전사 출신 입사 동기들이 전부 캡스 면접장에서 봤던 친구들이었다, 그렇게 다들 반짝이는 '삼성' 계열의 세콤을 선택했다. 1등 기업의 뱃지를 단다는 것. 그것은 20대의 수컷에게는 꽤나 달콤한 승리감이었을 것이다. "그래, 이왕 뛸 거면 가장 큰물에서 놀아야지"라며 나는 내 선택을 자랑스러워했다.
하지만 이 대목에서 우리는 유쾌하게 현실을 한 번 뒤집어 볼 필요가 있다. 특전사와 해병대 출신의 이른바 '최상위 포식자'들을 모아놓고 달리기와 턱걸이를 시키는 조직의 진짜 속내가 무엇이었을까? 그건 당신이 얼마나 스마트한 보안 요원인지를 보는 게 아니라, "이 녀석이 앞으로 쏟아질 살인적인 철야와 육체적 갈아 넣기를 얼마나 잔고장 없이 버텨낼 수 있는 기계인가"를 테스트하는 내구도 측정에 불과했다. 나는 그 내구도 테스트에서 'AAA' 등급을 받았다고 기뻐하며, 가장 가혹한 착취의 용광로 속으로 씩씩하게 걸어 들어간 것이다. 참으로 눈물 나게 긍정적이고 유쾌한 청춘의 촌극이 아닐 수 없다.

'조'와 '교대'가 만드는 합법적 노동의 수학
이쯤에서 당시 나를, 그리고 수많은 청춘들을 갈아 넣었던 근무 시스템의 뼈대를 해부해 보자. 흔히 '주주휴야야휴' 혹은 '주주야야휴휴'로 불리는 3조 2교대 시스템. 텍스트로만 보면 중간에 휴일이 끼어있어 꽤 합리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시스템의 본질은 '한정된 24시간을 최소한의 인원으로 틀어막는 자본주의의 정교한 수학'이다.3조 2교대라는 건, 나를 대체할 예비 인력이 단 한 명도 없다는 뜻이다. 3개의 조가 팽팽한 삼각편대를 이루며 돌아가기에, 누군가 한 명이라도 펑크를 내는 순간 그 하중은 고스란히 앞뒤 근무자에게 전가된다. '주'에서 '야'로 넘어갈 때, 혹은 '야'에서 '주'로 넘어갈 때 교대자가 오지 않으면 그대로 24시간 연속 근무라는 지옥문이 열린다.
기업 입장에서 3조 2교대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다. 인력을 33% 더 뽑아야 하는 4조 2교대에 비해 인건비가 획기적으로 절감된다. 부족한 인력은 기존 인원에게 연장 근로 수당과 야간 수당을 쥐여주며 합법적으로 해결한다. 매달 찍히는 180만 원(2006년 기준)이라는, 타 업체 대비 60~70%나 높은 실수령액은 사실 '엘리트 대우'가 아니라 내 수면권과 생명력을 담보로 대출받은 '생명 수당'의 다른 이름이었다. 돈은 많이 주는데 정작 돈을 쓸 시간과 체력은 증발해 버리는, 참으로 기묘한 구조적 모순이다.

안양 7,000개 업소와 '루핑'이라는 이름의 항복
삼성이라는 간판, 남부럽지 않은 급여. 겉보기엔 그럴듯했지만, 내가 마주한 현실은 덫이 수없이 깔린 정글이었다. 당시 내가 탔던 안양 지역의 세콤 차량 한 대가 감당해야 할 관리 업소는 자그마치 7,000개. 이건 물리의 법칙을 무시한 숫자다.밤거리를 달리다 보면 쉴 새 없이 신호가 터진다. 90%는 사용자의 조작 실수, 10%는 길고양이나 바람이 만들어낸 유령 신호, 그리고 아주 극미량의 진짜 범죄 상황. 하지만 그 극미량의 진짜를 놓치면 내 인생이 끝장난다는 공포가 목을 조른다. 거기에 더해, 앞선 근무자가 깔아놓은 20여 개의 인수인계 사항들. 그중 80%는 공사팀이 가서 뜯어고쳐야 할 배선과 센서 불량이었지만, 회사는 그 책임을 슬며시 우리 CS 요원들의 '실력 향상'이라는 명분으로 둔갑시켜 떠넘겼다.
넘쳐나는 인력 풀 속에서 우리는 동료가 아니라 생존을 건 무언의 경쟁자였다. 누군가 실수를 하면 꼬투리를 잡고, 어떻게든 책임을 전가하는 비인간적인 핑퐁 게임. 그 아수라장 속에서 전기 시스템을 만지다 다른 거래처에서 신호가 터지면, 나에게 남은 선택지는 단 하나뿐이었다. 물론 근처 인력에게 지원요청도 한적있지만 그것도 한두번이다. 결국 출동 규정 시간 내 도달조차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여건 속에서 현장의 적외선 감지기를 일단 '루핑(Looping, 무감지)' 시켜버리는 것. 건물의 일부 눈을 강제로 감겨버리고 다음 현장으로 도망치듯 차를 모는 그 순간, 내 안의 무언가가 툭 하고 끊어지는 소리를 들었다. 시스템의 결함을 메우기 위해 내 직업적 양심을 속여야만 했던 그 밤들.
결국 퇴사를 결심하게 된 건, 내가 더 이상 그 '루핑'이라는 짓거리를 견딜 수 없는 평범하고 나약한 인간이라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1위의 오만과 2위의 SOP (직업 선택의 통찰)
시간이 흘러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간다면, 나는 서슴없이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을것이다. 시장 점유율 1위라는 타이틀이 근로자에게 축복이 될 것이라는 건 완벽한 착각이다. 점유율이 압도적이라는 건, 역으로 말해 현장 요원 1인이 감당해야 할 '비상식적인 할당량(7,000개소)'이 존재한다는 뜻이다.당시 캡스는 외국계(타이코 그룹) 자본 산하에 있었고, 글로벌 스탠다드인 SOP(표준운영절차)의 영향을 받았다. 1위 기업이 K-기업 특유의 "안 되면 되게 하라"는 정신력으로 현장을 쥐어짤 때, 2위 기업은 최소한 인력을 귀하게 여기고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할당량을 주먹구구식으로 던지지는 않았을 확률이 높다. 실제로 타이코 그룹의 인건비및 투자 동결로 인해 노동강도가 극심해져 노사 갈등과 파업이 빈발했던 역사가 존재하며, 자본주의의 착취 구조 측면에서는 이후 매각 차익만을 노린 비정함을 보이기도 하였다
우리는 흔히 직장을 고를 때 '브랜드의 크기'를 보지만, 실무자의 생존을 결정하는 건 '인당 업무의 밀도'와 '원칙의 존재 유무'다. 에너지 축적과 사건 출동이라는 본연의 임무 대신, 공사팀의 땜빵 업무를 강요하는 조직. 시스템 개선 대신 요원들의 체력과 루핑에 기대어 돌아가는 조직. 그런 곳에서의 1등 뱃지는 훈장이 아니라, 노예를 옭아매는 가장 화려한 목줄일 뿐이다.

나는 피해자인가, 공범인가
비인간적인 시스템이 나를 소모품으로 취급했다고 분노했지만, 솔직히 정면으로 물어보자면. 시간당 두 번씩 터지는 출동 신호를 막느라 루핑을 할 수밖에 없었던 그 미친 시스템을 완성시켜 준 건, 다름 아닌 "이깟 턱걸이와 5km 달리기쯤이야"라며 자신의 팔팔했던 피지컬을 회사의 소모품으로 기꺼이 헌납했던, 당신과 나 같은 잘난 청춘들의 오만함 아니었나?루핑을 바라보는 자의 침묵
그렇게 정글을 도망쳐 나온 나는, 이제 어엿한 직장인이자 다른 회사의 일부로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내가 만약 그곳에서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았더라면, 그때 좋아했던 여자와 결혼해서 다른삶을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안다. 출동시간 25분 규정 앞에서 불과 30초 만에 끝나는 범죄들을 막지 못한 채 그 안락함의 대가로 나는 매일 밤 누군가의 건물을 루핑시키고 출동하며 영혼의 일부를 잘라내야 했을 것임을.얼마 전, 회사 세콤에 문제가 생겨 출동한 요원을 보았다. 그는 수리가 뜻대로 되지 않자 결국 입구 감지기를 루핑 처리하고 서둘러 자리를 떴다. "전문 용어로, 지금 왜 루핑하고 가세요?" 그 한마디면 그 친구를 얼어붙게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따지지 않고 참았다. 그 요원의 조급한 뒷모습에서, 2006년 안양 시내를 미친 듯이 질주하던 이십대의 나를 보았기 때문이다.
사회라는 곳은 말이다 맹수를 잡기 위해 깔아놓은 덫은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다. 모양만 바뀔 뿐, 톱니바퀴는 여전히 누군가의 청춘을 씹어 먹으며 부드럽게 돌아간다. 하지만 적어도 나는 그 덫의 구조를 이해하고, 그곳을 걸어 나왔다. 결국 우리는 넘쳐나는 인원 풀 속에서 닳고 닳은 부품이 되거나, 아니면 그 잔인한 세계의 민낯을 깨닫고 스스로 궤도를 이탈하는 평범하지만 주체적인 인간이 되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오후의 볕이 길어지고 있다. 나는 식은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조용히 미소 짓는다. 차라리 평범한 인간이 되어 이 기묘하고 지독한 시스템을 관찰할 수 있게 된 지금의 나 자신이, 꽤나 마음에 들기 때문이다. 하하, 정말이지 세상은 알 수 없는 일투성이다.
*본 포스팅은 개인적인 관찰과 주관적인 해석을 바탕으로 작성된 에세이입니다. 과거 상황과 현재는 급여,교대방식,업무방식이 현재와 다를수 있으며 이 글은 과거의 일화일 뿐입니다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