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뷰론 사고로 깨달은 왜 보험은 '인간관계의 방패'인가?
스물여섯 살의 어느 날이었는지, 계절의 냄새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아스팔트 위를 구르던 타이어의 마찰음과, 당시 친구 결혼식에 입었던 정장의 빳빳한 촉감 정도가 감각의 밑바닥에 눌어붙어 있을 뿐이다.낭만의 물리법칙과 자본주의적 원심력
그 시절의 현대 티뷰론 터뷸런스는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었다. 4구 헤드램프는 젊음이 뿜어내는 오만의 상징이었고, 날렵한 쿠페형 디자인은 세상의 모든 룰을 비껴갈 수 있을 것만 같은 값싼 착각을 제공했다. 친구들을 태우고 신나게 액셀러레이터를 밟았을 때, 나는 내가 도로라는 세계를 완벽하게 통제하고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세상의 물리법칙은 철저히 냉정하다.
전륜구동 기반의 쇳덩어리가 코너링의 한계점을 넘는 순간, 무게중심은 무자비하게 틀어졌다. 차가 회전하며 반파되던 그 몇 초의 슬로우 모션 속에서, 산산조각 난 것은 터뷸런스의 프레임만이 아니었다. 그것은 우리가 '친구'라 부르며 소비했던 20대의 무균질한 낭만이, 중력과 자본주의라는 진짜 세계의 아스팔트 위로 처박히는 소리였다. 갈비뼈가 나가고 쇄골이 부러진 친구의 신음소리 위로, 내가 가입했던 '저렴한 보험'의 얄팍한 한도액이 종이장처럼 찢겨 나갔다.
전륜구동 기반의 쇳덩어리가 코너링의 한계점을 넘는 순간, 무게중심은 무자비하게 틀어졌다. 차가 회전하며 반파되던 그 몇 초의 슬로우 모션 속에서, 산산조각 난 것은 터뷸런스의 프레임만이 아니었다. 그것은 우리가 '친구'라 부르며 소비했던 20대의 무균질한 낭만이, 중력과 자본주의라는 진짜 세계의 아스팔트 위로 처박히는 소리였다. 갈비뼈가 나가고 쇄골이 부러진 친구의 신음소리 위로, 내가 가입했던 '저렴한 보험'의 얄팍한 한도액이 종이장처럼 찢겨 나갔다.
쓰레기가 된 날의 초상
사고 직후 내가 느꼈던 가장 거대한 공포는 친구의 부러진 갈비뼈와 쇄골과 함께 내 등 뒤로 날아온 '7,000만 원'이라는 합의금이였다. 친구의 아버지가 제시한 그 숫자는, 스물여섯의 청년이 감당하기엔 거대한 콘크리트 장벽 같았다.
그 장벽 앞에서 '동네 친구'라는 평등한 관계는 단숨에 '채권자와 채무자'같은 중세적 주종관계로 돌변했다. 나는 죄인이었고, 그는 나의 부채 의식을 담보로 권력을 쥔 자가 되었다. 이해할수 있지만 계속하니 쌓이더라 나를 막 조종하고 부리는 느낌. 그 숨 막히는느낌 속에서 나는 점점 질식해가고 있었다. 결국 나는 친구들 여럿이 모인 자리에서 기어이 폭발하고 말았다. 내가 문제를 일으킨 근본 원인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활화산처럼 분노를 쏟아냈다. 그 순간 현장에 있던 모든 이의 눈동자 속에 비친 내 모습은 의심의 여지 없는 '쓰레기'였다. 가해자가 적반하장으로 소리를 지르는 촌극. 하지만 나는 변명하지 않겠다. 그것은 비열하지만 본능적인 생존 투쟁이었다. 7,000만 원이라는 합의금과, 평생 노예처럼 끌려다녀야 할 관계의 무게에 짓눌려 압사하기 직전, 나는 차라리 '쓰레기'가 되는 길을 택함으로써 내 숨통을 틔운 것이다.
그 장벽 앞에서 '동네 친구'라는 평등한 관계는 단숨에 '채권자와 채무자'같은 중세적 주종관계로 돌변했다. 나는 죄인이었고, 그는 나의 부채 의식을 담보로 권력을 쥔 자가 되었다. 이해할수 있지만 계속하니 쌓이더라 나를 막 조종하고 부리는 느낌. 그 숨 막히는느낌 속에서 나는 점점 질식해가고 있었다. 결국 나는 친구들 여럿이 모인 자리에서 기어이 폭발하고 말았다. 내가 문제를 일으킨 근본 원인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활화산처럼 분노를 쏟아냈다. 그 순간 현장에 있던 모든 이의 눈동자 속에 비친 내 모습은 의심의 여지 없는 '쓰레기'였다. 가해자가 적반하장으로 소리를 지르는 촌극. 하지만 나는 변명하지 않겠다. 그것은 비열하지만 본능적인 생존 투쟁이었다. 7,000만 원이라는 합의금과, 평생 노예처럼 끌려다녀야 할 관계의 무게에 짓눌려 압사하기 직전, 나는 차라리 '쓰레기'가 되는 길을 택함으로써 내 숨통을 틔운 것이다.
인간성의 밑바닥, 보증보험이 끝나는 곳
묻고 싶다. 과연 그 친구의 가족들은 오직 아들의 건강만 생각한건가? 아니면 내가 태생부터 구제 불능의 싸이코였을까? 지금 생각해보면 우리는 그저 자본주의의 평범한 시민이었을 뿐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인간관계란, 보증보험이 청구되지 않는 기간 동안에만 유효한 임시 계약 같은 것이다. 우리는 돈이 개입되지 않는 선에서만 서로에게 한없이 관대하다. 웃고, 떠들고, 술잔을 부딪치며 영원한 우정을 노래한다. 하지만
임계점을 넘는 손실이 발생하는 순간, 우정이라는 우아한 포장지는 찢어지고 '손해 배상'이라는 날것의 인간성이 튀어나온다. 친구의 가족들은 자신들의 유전자가 입은 손상을 화폐 가치로 환산했을 뿐이고, 나는 내 생존을 위해 그것을 지불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안됬던것이다. 이것이 사회의 원리다. 도덕이나 의리라는 것은 내 주머니가 감당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만 발휘되는 사치품이다. 나는 그 사치품을 살 돈이 없었기에, 기꺼이 도덕적 파산을 선언하고 관계 단절을 했다.
임계점을 넘는 손실이 발생하는 순간, 우정이라는 우아한 포장지는 찢어지고 '손해 배상'이라는 날것의 인간성이 튀어나온다. 친구의 가족들은 자신들의 유전자가 입은 손상을 화폐 가치로 환산했을 뿐이고, 나는 내 생존을 위해 그것을 지불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안됬던것이다. 이것이 사회의 원리다. 도덕이나 의리라는 것은 내 주머니가 감당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만 발휘되는 사치품이다. 나는 그 사치품을 살 돈이 없었기에, 기꺼이 도덕적 파산을 선언하고 관계 단절을 했다.
'적당한 거리'라는 이름의 비겁한 요새
이제 스물여섯의 청년은 중년이 되었다. 나는 "누구를 만나든 적당한 거리가 중요해", "내 능력 닿는 선에서 도의를 지키고 살려고해"라고 담담히 다짐한다. 완벽한 인간은 없으니, 남에게 실망하는 것도 거리가 충분하면 받아들일 수 있다고 고상하게 포장한다. 하지만 조금 더 들어가서, 이 논리의 배를 갈라보면, 내가 말하는 그 '적당한 거리'와 '도의'는 과연 어른의 성숙함일까? 아니다.
그것은 극도의 경계심이 만들어낸 교묘한 방어기제다. 나는 사람을 있는 그대로 존중해서 거리를 두는 것이 아니다.
또다시 누군가 내 삶에 불쑥 들어와 고액 영수증을 들이밀며 내 목줄을 쥘까 봐, 그게 무서워서 쳐놓은 바리케이드일거다. 내가 지금 카니발을 모는 이유가 단지 짐을 많이 싣고 여럿을 태우기 좋아서일까? 내면의 무의식을 정면으로 되집어보면, 나는 지금 '움직이는 벙커'가 필요한 것이다. 과거 터뷸런스라는 얇은 철판 속에서 세상의 물리력에 처참하게 박살 나 본 경험이, 나로 하여금 도로 위에서 어느정도 거대하고 방어력 높은 장갑차를 선택하게 만든 것이다.
요즘 나는 집에서 코브라백을 치며 쉐도우 복싱을 한다. 땀을 흘리고 스트레스를 푼다고 말한다. 하지만 내가 코브라백에 뻗는 그 주먹은, 정말로 단순한 유산소 운동일까? 어쩌면 나는 20년 전 그 결혼식장 앞에서 돌아오는 길에 사고난 나를 향해,
돈 앞에서, 내가 쓰레기가 되었던 그 서늘한 세상의 눈빛을 향해,
그리고 스스로 무너져 내렸던 스물여섯의 나약한 나 자신을 향해 끝없이
주먹을 휘두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나는 결코 상처를 극복하지 못했다. 그 친구도 마찬가지 일거다. 나의 행동에 분노했을지도 모른다.
주먹을 휘두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나는 결코 상처를 극복하지 못했다. 그 친구도 마찬가지 일거다. 나의 행동에 분노했을지도 모른다.
단지 그 상처를 다루는 기술이 아주 정교해졌을 뿐이다. 나는 인간관계에 어느정도 담을 쌓은 내 모습을 '성숙'이라 부르며 스스로를 위로하고 있는 중이다.
자본주의적 생존을 위한 방어구 명세서
이 사회의 시스템 안에서 또다시 나쁜놈이 되지 않기 위해, 우리는 다음과 같은 실질적이고 철저한 무장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대인 무한 보험 (방어막 정기 구독):
-대인 무한 보험 (방어막 정기 구독):
이것은 남을 다치게 했을 때 그를 치료해주기 위한 이타적인 제도뿐만이 아니다. 내 통장이 털리고, 내 인간적 존엄이 바닥에 처박히며, 친구가 주인이 되는 끔찍한 사태를 막아주는 법적 방패다. 도로를 달리는 한, 우리는 매년 이 면죄부를 갱신해야만 인간으로서의 품위를 유지할 수 있다.
-기아 카니발 (물리적 장갑차):
-기아 카니발 (물리적 장갑차):
도로 위에서는 질량이 곧 정의다. 코너링의 쾌감 따위는 전륜구동의 한계와 함께 날려버려라.
일정부분 큰 크기와 무게감이 주는 방어력은, 불의의 사고에서 나와 동승자의 뼈를 지키고, 나아가 내 통장과 인간관계를 지켜주는 1차 저지선이다.
우리가 부르는 '어른의 성숙함'이란, 결국 타인에게 청구서를 보내지도 받지도 않을 만큼의 '완벽한 고립'을 돈을 통해 거리를 지켜 낸 상태일거다.
거실 한구석에 세워둔 코브라백이 미세하게 흔들린다.
가볍게 스텝을 밟으며 잽을 던져본다. 탕, 탕. 경쾌한 마찰음이 고요한 공기를 가른다. 주먹이 나갔다 돌아오는 그 짧은 궤적 사이로, 스물여섯 살의 나와 찌그러진 터뷸런스의 잔해들이 유령처럼 깜빡인다. 어쩌면 나는 평생 그날의 궤도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할지도 모른다. 나는 여전히 세상이 두렵고, 인간이 무서우며, 돈이 만들어내는 지옥을 경계한다. 그래서 나는 내 바운더리 안의 소수의 사람들에게만 허용된 좁고 단단한 세계를 구축했다. 누군가는 이런 나를 보고 담을 쌓은 겁쟁이라 부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떤가. 이 고독하고 철저하게 계산된 거리감 덕분에, 나는 오늘 밤도 누구에게도 빚지지 않고 온전한 나 자신으로 숨을 쉰다.
다시 한번 코브라백을 향해 거칠게 원투 스트레이트를 꽂아 넣는다. 튕겨져 돌아온 가죽 볼이 내 뺨을 스치듯 아슬아슬하게 지나쳐 간다.
그래, 이 정도 거리가 딱 좋다.
다치지 않을 만큼, 하지만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을 만큼의. 완벽하고 적당한 거리.
*본 포스팅은 개인적인 관찰과 주관적인 해석을 바탕으로 작성된 에세이입니다. 과거 상황과 현재는 다를수 있으며 이 글은 과거의 일화일 뿐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wpR8gjKMnys
https://www.reddit.com/r/cars/comments/1x0zzm/front_wheel_drive_cars_liftoff_oversteer/?tl=ko
https://www.lawtalk.co.kr/qna/344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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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thefaircapital.com/post/the-psychology-of-debt-collection-understanding-debtor-behavi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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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marcadislaw.com/psychological-debt-recov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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